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은 지난 2월부터 8개월째 감소했다. 올해 1∼9월에는 작년 동기 대비 4.3%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 같은 기간에 8.8% 줄어든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고 한다. 불황이 중소기업에 한파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산업의 경영환경이 나빠지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거기에 미국과 중국시장 판매 감소와 내수 위축으로 현대·기아차 3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한때 세계시장을 호령했던 스마트폰 산업도 최상위 제품에서는 애플에, 중저가 제품에서는 화웨이, 비보 등 중국업체에 밀리면서 고전하고 있다. 대표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의 한파를 부품 협력업체인 중소 제조업체가 고스란히 맞고 있다. 견디다 못한 차 부품업체들은 지난달 정부에 3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중소 협력업체들이 다시 활기를 되찾으려면 자신들이 부품을 공급하는 대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지만 당장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소규모 개방형 국가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 미 금리 인상,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지난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적 이유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가 아니므로 처벌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긴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관 13명 중 9명이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포함되기 때문에 처벌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나머지 4명은 “진정한 양심을 심사하는 건 불가능하다”, “병역을 거부하는 행위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면서 2004년 판례를 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은 “집총과 군사 훈련을 수반하는 병역 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에 대해 형사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봐야 합니다”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정당한 병역 거부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진정한 양심은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다. 양심이나 신념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가정환경과 성장과정, 학교생활 등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모호하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 대체복
올해 국세청의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가 11월 초부터 제공되고 있다. 공인인증서를 통해 국세청 홈택스에 로그인하면 연말정산 간소화메뉴에서 미리보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연말정산 미리보기에서는 신용카드 등의 1∼9월 사용액을 알려주고 근로자가 10∼12월 예상액을 추가하면 올해 연말정산 예상세액을 계산해볼 수 있으며, 최근 3개년 추세 및 절세팁도 살펴볼 수 있다. 근로자들은 올해 연말정산을 위해 내년 1월에 원천징수 의무자인 회사에 소득·세액공제 신고서를 제출하고, 회사는 각 근로자들의 올해 세금을 확정해 2월 급여를 지급할 때 환급 또는 추가납부세액으로 반영한다. 그렇다면, 올해 연말정산에서 달려진 몇몇 항목들을 살펴보자. 첫째, 올해부터 6세 이하의 자녀세액공제는 받을 수 없다. 종전에는 6세 이하의 공제대상 자녀가 2명 이상인 경우 1명을 초과하는 1명당 15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았으나 6세 미만의 아동에게 아동수당이 지급되면서 앞으로는 공제받을 수 없다. 그러나, 공제대상 자녀에 대한 세액공제는 6세 미만의 자녀도 올해까지 공제 가능하며, 2019년부터는 공제받을 수 없다. 둘째, 근로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공제항목의
‘수사’란 범죄의 혐의 유무를 밝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범인과 증거를 찾고 수집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을 말한다. 대한민국의 현재 형사소송법상 모든 수사의 최종 책임자는 검사이며 검찰은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 기소독점권 등을 가지고 있고, 사법경찰관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진행한다. 다른 나라의 예를 들어 보면, 영미법계에서는 경찰의 수사권과 검찰의 기소권을 구별해 권한을 부여했고, 독일만 예외적으로 수사와 기소가 모두 검찰의 권한이긴 하나 검찰은 자체적 수사 인력을 보유하지 않아 실제 수사는 경찰이 시행하고 검찰은 순수하게 법률적 통제만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검찰은 범죄에 관해 수사할 수 있으며 동시에 법원에서 유·무죄 판단이 가능하도록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수사의 시작, 영장청구, 기소여부, 공판 집행 등 수사 관련 대부분이 가능하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함으로써 ‘혜택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방향으로 수사구조를 개혁해야 함이 필요하다. 검찰의 독점적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은 수사업무를, 검찰
11월 11일 하면 흔히 친구나 연인끼리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빼빼로데이’를 떠올리지만, 11월 11일 11시라고 하면 아주 다른 의미가 된다. 11월 11일 11시 전 세계가 부산을 향해 1분간 묵념을 올리는 국제 추모행사, ‘턴 투워드 부산’. 이런 행사가 왜 부산에서, 11월 11일에 열릴까? 부산에는 한국전쟁으로 전사한 유엔 참전용사들이 영면해 있는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공원이 있다. 또 11월 11일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하는 전사자 추모일로, 미국에서 제대군인의 날(Veterans Day)이자 영연방국의 현충일(Remembrance Day)이다. 즉 ‘턴 투어드 부산’은 부산에 안장돼 있는 유엔군 참전용사들을 향해, 국제인 기준의 현충일인 11월 11일에 추모로 하나가 된다는 뜻을 모아 11시, 1분간 묵념하는 추모행사다. 2007년 캐나다 참전용사 빈센트 커트니(Vincent Courtenay)씨의 제안으로 시작돼 이듬해인 2008년부터 정부 주관행사로 격상됐으며, 2014년부터는 유엔 참전 21개국과 함께하는 국제추모행사로 개최되고 있다. 아직 ‘턴 투워드 부산
국립현대미술관, 내년 4월 7일까지 독일 영화감독 ‘하룬 파로키’ 조명 ‘인터페이스’ 등 총 9점 작품 소개 세계 16개 도시 노동현장 촬영한 ‘노동의 싱글 숏’ 프로젝트 눈길 110년간 영화 속 퇴근하는 노동자 등 세계를 지배하는 이미지의 실체 추적 하룬 파로키 전시 연계 영화 48편 14일부터 MMCA 영화관서 상영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하룬 파로키-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내년 4월 7일까지 MMCA 서울 6, 7전시실, 미디어랩에서 개최한다. 2015년부터 ‘필립 가렐’, ‘요나스 메카스’ 등 현대영화사의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로 재구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독일의 영화감독이자 미디어아티스트, 그리고 비평가였던 하룬 파로키(Harun Farocki, 1944~2014)를 조명한다. 노동, 전쟁, 테크놀로지의 이면과 함께 이미지의 실체를 추적해온 하룬 파로키는 이미 뉴욕 MoMA(2011), 런던 테이트모던(2009.2015), 파리 퐁피두센터(2017) 등에서 소개된 바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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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잎 노랗게 물든 거리 연인들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걷는다. 만추의 멋을 한껏 즐기는 모습이 아름답다. 예닐곱은 된 듯한 여자아이와 두어 살 어려보이는 사내아이 그리고 아이의 엄마 아빠 이렇게 넷이서 행복해 보인다. 샛노란 은행잎을 줍기도 하고 가끔은 은행나무를 껴안아 보기도 하면서 노란 카펫을 깔아놓은 거리를 걷고 있다. 큰아이가 은행알은 왜 냄새가 나느냐는 물음에 엄마는 아빠에게 물어보라며 답을 돌린다. 글쎄 왜 지독한 냄새가 날까 하며 아빠가 답을 얼버무리자 오빠는 그것도 몰라 하며 핀잔을 준다. 분명 부부인데 호칭은 오빠다. 단란해 보이는 그들의 대화가 실망스럽다. 아이들은 아빠라고 부르고 아이엄마는 오빠라 부른다. 아빠와 오빠 사이의 관계가 묘하다. 언제부턴가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연애할 때는 그렇게 부를 수도 있다지만 자식들이 저만큼 컸는데도 오빠라는 호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참 보기도 민망하다. 방송 등 대중매체에도 남편을 오빠라 칭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 아빠를 자신의 아빠인 냥 자연스럽게 아빠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부모가 호칭을 바르게 해야 자식도 바른 호칭과 우리말의 관계를 제대로 배우고 익힐 수 있
지난달 30일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징용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3년 8개월 만에 원고승소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이들은 1995년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했고 1999년 패소하자 2005년 국내에서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 법원에서는 패소했으나 2012년 대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일본 기업의 재상고로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갔지만 이른바 ‘사법농단’에 의하여 지금까지 판결이 지연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2년 판결에서 소멸시효를 3년이라 했으므로 2015년까지 재판을 지연시켜 수만 건으로 예상되는 추가소송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2013년 김기춘 비서실장이 삼청동 공관에서 차한성 행정처장과 윤병세 외교부장관을 만나 판결을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대법원은 반대급부로 상고법원 설치와 판사들의 해외파견을 늘려달라고 했다. 그밖에도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법조계를 사찰하여 외압을 가하고, 내부의 비판적 판사들은 주요 보직에서 배제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것이 사건의 내용이다. 수사가 진행중이고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차장이 구속
어두워지는 일 /류미야 저녁이 사력을 다해 밤으로 가고 있다 떨어진 잎새 하나 어두워지는 초겨울 가로등 불빛 아래 많은 것이 오간다 낮을 걸어 나오면 밤이 될 뿐이지, 저무는 것들의 이마를 짚어본다 불현듯 낡아 있거나 흐려지는 것들의 서리 낀 풀숲에 겨우 달린 거미줄이나 명부冥府 같은 우물에도 이 밤 별은 뜨리니 죽도록 어둠을 걸어 아침에 닿는 것이다 굳게 닫힌 바닥을 발로 툭툭 차면서 다친 마음 바닥에도 실뿌리를 뻗어본다 겨울이 오는 그 길로 봄은 다시 올 것이다 저녁을 걷는다. 차츰 어두워지는 능선에서 검은 선이 명백하게 그어지고 있다. 어둠이란 항상 바깥에서 시작해 안으로 들어오며, 내부의 모든 빛에 스며드는 법이다. 시인은 저녁을 걸으며, 스며드는 어둠의 투박하고 자세한 골목들을 본다. 골목은 혈관처럼 집을 향해 흩어지는데, 느리고 사소하며 급격하다. 먼 곳의 희미한 냄새들처럼 모호하면서도 가볍다. 저녁을 걸으며, 이 골목들이 찍은 발자국을 본다. 발자국이란 삶의 반경이며 속도이고 망설임의 표식이다. 발을 디디면서 발바닥의 앞쪽에 힘을 주었을 때, 몸의 기울기가 생기고 그 무게만큼의 어둠이 밀려와 스며들고 흩어지며 급격해지기 때문이다.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