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비 /알퐁스 드 라마르틴느 봄과 더불어 태어나 장미와 함께 죽으며 하늬바람 날개에 실려 맑은 하늘 속을 헤엄치며 겨우 피기 시작한 꽃 가슴에 앉아 하늘거린다 향기와 빛과 창공에 취하고 아직 젊은 몸에 날개의 분가루를 뿌리면서 한 줄기 바람처럼 무한한 창공으로 날아가는 것 이것이 나비의 매혹된 운명. 이는 결코 쉴 줄 모르고 만사를 스쳐 가나 만족됨이 없어 결국 쾌락을 쫓아 하늘로 되돌아가는 인간의 욕망 같아. - 프랑스시선 / 을유문화사·1985 귀족출신으로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난 다음 해에 태어났다. 그 시기 프랑스인들이 겪은 모든 것을 같이 겪은 시인이다. 대혁명으로 몰락한 경험과 나폴레옹이 유배되고 루이18세가 다시 등장하자 외교관이 되었다. 왕정이 무너지고 입헌군주제로 바뀌자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혁명세력과 왕당파와 나폴레옹을 거치며 피로할 데로 피로한 프랑스 국민들에게 그의 시는 한 모금 신선한 샘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 시는 낭만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시로, 나비와 인간의 삶을 아름답게 대비시켰다. /조길성 시인
‘박근혜·최순실게이트로 나라꼴이 엉망인 가운데 즐거운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 뭐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100만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박근혜 정권 퇴진’이나 ‘2선 후퇴’요구조차 거부하고 있다. “대통령이 정국 안정을 위한 후속조치 방안을 숙고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 하야 여부를 묻는 기자 질문엔 “전혀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이는 15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들 앞에서 한 발언이므로 박 대통령의 확고한 뜻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대다수 국민과 야권이 반대하는 한일군사정보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17일 차관회의 상정 후 국무회의-대통령의 재가를 거치는데 이르면 다음주 내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여 사실상 체결수순으로 가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 고집도 꺾지 않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16일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중단 및 폐기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듣느니 모두 답답한 소식뿐이다. 여기에 우리를 더 우울하게 하는 발표가 나왔다. 청년 실업률이 올해 10월 기준으로 17년 만에 가장 높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국내외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경제문제로 기업의 고용구조개선에 사회가 불안하다. 경쟁력강화를 위한 구조개선으로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한번 퇴직한 사람은 재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격변하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자기관리가 절실한 때이다. 새로운 일자리 마련을 위한 가능성 높은 IT분야의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현재 255개 기업에서 수십만 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들의 대다수는 재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수입 없는 경제생활은 가정을 파탄시키기도 한다. 건전한 가정의 경제구조가 유지될 때에 행복한 삶도 가능해진다. 삼성그룹을 비롯해서 조선사와 농협 등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올해도 매서운 감원 사태는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들어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중 3분기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55개 기업의 지난 9월 말 기준 전체 고용 직원 수는 98만8천345명으로 지난해 12월31일보다 1만4천308명이 감소되었다. 삼성그룹의 경우 올해 4.3%나 감소했다. 현대중공업도 10.9%나 감소하였다. 두산역시 10.6%가 퇴직하였다. KT도 2.5%나 감소시켰다. 이외에도 대우조선해양, 포스코, GS,…
거실 한가운데 썰어놓은 무채가 큰 통에 가득하다. 김장배추 소를 만들기 위하여 늦은 밤까지 어머니와 아내가 썰어놓은 것이다. 나는 조금 거들기는 했지만 생색을 낼 정도는 아니었다. 새로 시작한 건축 현장일이 걱정이 되어 이른 새벽 출근을 하는데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무채가 도망가지 말라고 어디를 가냐고 핀잔의 말을 걸어오는 듯 했다. 주머니 속에 전화벨이 울린다. 아침을 먹으러 들어오라기에 바빠서 못 들어 간다하니 그래도 김장 소는 버무려줬으면 한다.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편치 않다. 무채와 양념을 버무려 김장 속을 만드는 일이 보통일이 아닌걸 알기에 중요한 일만 챙기고 집으로 들어갔다. 무채가 담긴 그릇 옆으로 고춧가루 젓갈 마늘 파 갓 등 양념이 즐비하다. 고무장갑을 끼고 양념을 적당하게 넣어가며 무채를 버무리는데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한참을 버무려 일을 마쳤을 때는 온몸이 땀범벅이 될 정도가 되었다. 김장 담그기 중에 제일 힘든 것이 배추에 넣을 소를 만드는 일이라며 다른 일은 몰라도 그 일을 해달라는 주문이 해마다 있다. 해보고 나면 이렇게 힘든 일이니 해달라는 것인데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선뜻 앞장서서 하지는 못하고 부탁이나 해야…
우리나라에서 최근 몇 년간 국민의 이목을 모으고 있는 직종은 바로 변호사들입니다. 정부와 국회의 변호사 숫자 확대 정책에 따라 최근 몇 년간 전체 변호사 숫자가 두 배로 증가하였습니다. 홍수처럼 범람하게 된 변호사들은 이제 법정에 출입하는 송사 사건에만 매달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여 문턱을 낮추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변호사가 취급해야 할 각종 법률 업무를 관행적으로 처리해 오던 이른바 법조 유사 직역과 변호사와의 충돌이 불가피해졌고, 이제 본격적으로 그러한 입법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변호사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형사사건의 국선 변호를 변호사가 아닌 법무사가 법정의 변호사석에 앉아 형식적으로 선처를 바란다는 식의 변론을 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내가 포항의 어느 부대에서 군법무관을 할 때 시골 법원에서 직접 목격한 내용입니다. 예전에 의사가 없는 지역을 무의촌이라 하였고 변호사가 없는 지역을 무변촌이라 하여 이러한 전문직이 없는 지역에 전문가를 상주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무의촌이나 무변촌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전국 어느 법원에 가더라도 그 주변에 변호사 간판이 어지러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험이라는 방법을 시행한 나라다. 과거제도가 그것이다. 통과만 하면 입신양명(立身揚名)이 보장되니, 일찍부터 내로라하는 학자들조차 과거와 공부를 세속적인 출세와 부귀, 이권의 수단으로 권면하는 풍토가 자리 잡았다. 중국 송나라 황제 진종이 신하들에게 내린 ‘권학가(勸學歌)’만 보아도 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집을 부유하게 하려고 좋은 밭을 살 필요가 없다. 책 속에 자연 엄청난 곡식이 있기 마련이니, 편안히 거하려고 고대광실을 지을 필요가 없다. 책 속에 황금집이 있기 마련이다. 문을 나설 때 따르는 사람이 없음을 한탄해 마라. 책 속에 거마가 가득하다. 처를 들임에 좋은 매파가 없음을 탓하지 마라. 책 속에 얼굴이 옥같이 예쁜 미인이 있다. 남아로서 평생의 뜻을 이루고자 하거든, 창문 아래서 부지런히 육경을 읽으라.” 또한 정치인 사마광은 ‘어느 날이고 출셋길에 오르기만 하면 이름 높아져 선배라 불리리’라 했고 왕안석 또한 “독서에는 비용이 들지 않고, 글공부를 하면 만 배의 이익이 생긴다. 가난한 자는 책으로 부유해지고, 부자는 책으로 귀해진다”고 했다. 일찍이 중국의 과거시험을 도입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고, 그 폐
가을 이불 /박형준 아버지가 죽은 방에서 늙은 어머니가 가을 이불을 꾸민다 서리 내리는 계절 창호지에 드나드는 저녁 그늘 수놓인다 이제 집 마당에 서리는 부풀어 어는 어둠 속에 반짝이며 깔리는지 고향 집 늙은 어머니가 꾸미는 가을 이불 한 채 찬란하다 -시집‘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2011년 아버지가 죽은 방에서 가을 이불을 꾸미는 늙은 어머니는 어떤 빛깔로 물들고 있는 걸까 푸르고 높은 가을하늘에 깔리는 구름 이불들은 제 각각의 무늬를 연출하는 그윽함과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어머니는 가을이 오면 풀 먹인 호청을 다듬이질로 매끄럽게 손질해서 향기로운 이불을 꾸며주시곤 했다. 살포시 서리가 내리는 새벽녘 끌어당기는 이불깃에서 어머니의 정성어린 사랑을 듬뿍 느끼며 달콤한 숙면을 취하곤 했다. 창호지를 비추며 드나드는 저녁 그늘을 배경으로 앉아서 한 땀 한 땀 그리움을 꾸며가고 있은 어머니의 짙은 그림자, 붉은 알전등 밑에서 밤늦도록 스스로의 독백을 즐기고 계신 것은 아닐까. 가을은 깊어 서리는 어둠 속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며 부풀게 깔리고 고향 집 늙은 어머니가 꾸미는 찬란한 가을 이불이 몹시도 그리운 날이다. /정운희 시인
아직도 남녀 간의 불평등구조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불평등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여성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모색해가야 한다. 오랜 역사 속에 손해와 희생만 당해온 여성 불평등문제를 조속히 개선해야할 당면과제이다. 경기도민의 반 이상은 여성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성 2명 중 1명은 성희롱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한국갤럽을 통해 지난 7월19일부터 8월9일까지 도내 거주 만 19~64세 성인남녀 1천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도민 성 평등 의식 정책 수요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6%가 여성이 불평등하다고 응답하였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66.15%의 응답률을 보이고 있다. 남성이 불평등하다는 응답은 3.5%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남성의 불평등구조는 사회문제가 되지 않는 미미한 실정이다. 성차별을 경험한 비율도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응답자의 62.6%가 가장 많이 성차별을 느끼는 부문은 임금이라고 답했다. 성차별에 따른 임금 편차극복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다음으로 사회생활 49.5%, 성희롱 45.9%, 가족 내 재산 분배 30.3%, 가족 내 교육 기회 22.9%, 학교생활
본보는 지난 9월23일자 사설을 통해 공해, 특히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서는 친환경 전기자동차 확대 보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적정한 가격, 충전시간 단축, 충전소 확대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기도가 아파트, 근린생활시설 등 대형 신축건축물에 충전기 설치와 전용 주차면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한다는 소식도 알렸다. 도는 미세먼지 감소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전기차 보급과 전기자동차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한다. 현재 도내에 있는 전기자동차는 550대지만 2020년까지 5만대로 증차하겠다는 것이다. 전기자동차를 대폭 늘리겠다는 도의 계획을 환영한다. 이미 세계적으로 친환경 자동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데 오는 2020년 3천만대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엔 1천만대였다. 이에 경기연구원은 ‘친환경 자동차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경기도 차원의 지원제도를 마련하고 정부의 보급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연구원은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국내외 주요현황과 지원정책, 과제를 다룬 ‘친환경 자동차 확대, 허와 실’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 친환경 자동차…
지난주 미국 대선결과 미국 국민들은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한 도널드 트럼프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지난 6월 영국 국민들은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다. 유럽에서도 오스트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등은 난민유입에 반대하는 포퓰리즘에 편승한 극우정당 지지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로 눈을 돌려보면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필두로 한 일본경제 우선주의를 강화해 왔으며 러시아와 중국도 강력한 지도체제를 바탕으로 자국이익을 극대화하는 제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자국우선주의 확산을 촉발시킨 배경으로는 2008년 발생했던 글로벌 금융위기를 들 수 있다. 금융위기 직후 각국 정부는 위기에 빠진 대형 금융회사들을 구제했지만 이를 위해 투입된 막대한 구제금융과 성장률 급락으로 재정적자가 급격히 커지면서 재정여력이 축소되자 실업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게 되었다. 그 결과 경기부진 속에 실업률이 크게 높아지면서 중산층이 붕괴된 데다 유럽에서는 중동발 난민급증 문제까지 불거졌다. 그리고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무기력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면서 자국우선의 고립주의가 힘을 얻게 되었다. 초점을 미국으로 돌려 트럼프 당선자가 대선기간중 밝혔던 주요 경제정책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