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에 위치한 아침고요수목원을 다녀왔다.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이어가고 있는 ‘힐링 문화콘텐츠’에 대한 탐방이었다. 일상이 바쁘고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문화콘텐츠를 통해 ‘마음의 치유’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 요즘 추세이다. 이곳 수목원은 겨울에 더 그 존재감이 빛을 발한다. 매년 겨울에 개최되고 있는 이색 겨울축제로 정원을 활용한 ‘오색불빛 정원전’은 10만여 평의 야외정원 속에서 화려한 빛의 잔치를 만들어낸다. 정원 전체가 꽃 속의 조명을 통해서 상상 속 꿈의 나라를 만들어내고 있다. 추운 겨울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밤에 이곳을 찾는다. 넓은 정원을 여유롭게 산책하듯이 구경하며 좋은 공기와 휴식을 취할 수 있고, 각 나무마다 예쁜 전등들을 설치해 오색별빛으로 정원은 장관을 이룬다. 유심히 이곳을 찾는 이들이 누군가를 본다. 국내 관광객들도 많이 이곳을 찾아오지만 특히 외국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가 있다. 수목원 관계자들의 오랜 노력 끝에 이제는 최고의 명소가 되었다. 이곳은 정원마다의 테마정리가 잘된 곳이다. 입구 바로 앞 구름다리를 건너면 바로 이어지는 길 옆 테
생전의 김수한 추기경은 종종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그때마다 강론에 앞서 들려주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신부시절 기차를 타고 어려운 이웃을 만나러 가는 길,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내가 과연 이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무슨 보탬을 줄 것인가? 인생이 무엇인가? 등등 삶에 대해 골몰히 생각하고 있을 때 기차통로 저쪽에서 판매대를 밀고 오는 홍익회 판매원이 이렇게 외치며 다가오고 있었단다. ‘삶은 계란이요. 계란’ 김수한 추기경은 속으로 ‘아하 그래…’. 그날 이후 “삶이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삶은 계란’이라는 대답을 하게 됐다는 얘기다. 2003년 서울대 강연에서 이 같은 얘기와 함께 들려준 그의 “삶은 거창하지도, 멀리 있지도 않다. 계란처럼 작고 가까이 있다. 그러니 즐기고 행복하고 사랑하라”고 한 내용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달걀은 식재료로 삶과 연계시켜도 절묘하게 어울린다. 언제나 소소한 모습으로 우리 생활 속 먹거리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40∼50년 전, 손님이 오거나 생일, 제사 등 특별한 날이 아니면 밥상에 오르지 않는 귀하신 시절도 있었지만, 학교 소풍과 운동회 때는 삶은…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사람의 머릿속에는 기억이라는 문이 있다. 평생 그 문을 드나들며 살아야한다. 누구도 이 문을 드나들지 않고서는 생이라는 일기를 써 내려갈 수 없다. 시인도 지금 그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런데 열무를 팔러 간 엄마가 오지 않고 있다. 시인의 마음에 밑줄이 그어지는 순간이다. 어떻게 하나, 팔리지 않는 엄마의 열무는. 어떻게 하나, 방안 가득 넘쳐흐르는 고요한 빗소리는. 그저 무서워 눈물밖에 흘릴 수 없었던 기억 속 아이를 불러내어 달래고 있다. 울지 말라고, 곧 엄마가 먹을 것을 사들고 돌아올 것이라고 안심시키고 있다. 오래 시간이 흘러가도 문의 뒤편에는 엄마라는 우리 모두의 기다림이 있다. /김유미 시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국민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역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전열을 재정비하겠다고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 수사의 최대 관문 돌파에 실패함에 따라 앞으로 박 대통령과 다른 대기업을 겨냥한 수사 동력이 약화될지 모른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세간에도 ‘수많은 증거들이 있음에도 영장을 기각한 것은 말도 안 된다, 뇌물로 보는 증거가 미약해 기각은 당연하다’는 등의 여론이 분분하면서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조의연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2시10분까지 영장실질심사를 했고 이날 새벽 4시50분쯤 기각 결론을 발표해 결론을 내리는 데만 18시간 이상 걸렸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법하다. 특검이 영장청구를 이틀이나 고민한 것도 사안의 중대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 판사는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관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내용과 진행과정을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여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황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구
18일 한 언론이 ‘내수 활성화를 위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허용하는 가액 한도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 관계자가 청탁금지법상 ‘3·5·1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는 금액 한도를 ‘5·5·10만원’으로 수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전기한 ‘3·5·10 규정’이라는 것은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가액기준이다. 그러니까 ‘5·5·10’으로 수정한다는 말은 이 중 음식물 허용 기준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막상 청탁금지법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같은 날 이같은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사실여부를 묻는 여러 언론사의 기자들에게 권익위 내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며 청탁금지법 시행령 수정을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하거나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현재 실태조사가 시행중이므로 이 결과를 보고 정부 부처 간 협의를 거쳐 방침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또 다른 언론은 정부가 시행령 개정 추진에 앞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일각의 분석도 소개하고 있다. 사실 5·5·10만원 상향 방안은 정치권과 정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여야 정책위의장들도 정부에
학대를 받던 초등생 아들이 실신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토막낸 뒤 냉장고에 보관해오던 부모에게 온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인간은 과연 짐승과 신(神)의 중간에서 방황하는 존재일까?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의 밧줄이다”라는 니체의 말은 동양 고전 ‘서경’에 나오는 말을 생각나게 한다. “사람의 마음은 위태롭고 하늘의 마음은 알기 어렵다”라는 뜻의 ‘인심유위 도심유미(人心惟危 道心惟微)’. 인간은 왜 가끔 짐승처럼 행동할까? 진화론이 보편적 지식이 되기 전에는 사탄이 그 원인이었고 마녀사냥이 그 해법이 되곤 했다. 그러나 인간과 폭력적인 침팬지와의 유전자 차이가 2% 미만이고 보노보와 인간의 습관이 비슷한 것이 알려지면서 진화심리학은 보다 더 주목받게 되었다. 가족에 대한 폭력성은 환경이 나빠지면 촉발된다. 자연계에서 동물들은 먹잇감 환경이 좋을 경우에는 남보다 자신의 DNA가 전달되도록 가끔 남의 새끼를 죽이는 선택을 한다. 계부나 계모의 폭력성은 이에 해당한다. 그러다가 먹잇감 환경이 나빠지면 자식들 중에서 약한 개체를 먹거나 버리며 다른 건강한 자식만 먹인다. DNA가 최
“쿠바 카스트로와 캐나다 총리가 부자(父子)관계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히틀러의 딸이다. 히틀러가 숨지기 전 인공 수정을 통해 아이를 낳았는데, 이 아이가 바로 메르켈 총리다.” 지난해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가짜 뉴스(fake news)’들이다. 역대 최악으로 치러진 미 대선에선 더 맹위를 떨쳤다. ‘프란치스코 교황, 도널드 트럼프 후보지지’ ‘2013년 모스크바를 방문한 트럼프가 성매매 여성들을 호텔방으로 불러 음란한 파티’ ‘힐러리 클린턴, 아동 성매매 조직 운영’ 등등 내용도 상상을 초월했다. 뉴스가 얼마나 사실 같으면 힐러리의 아동 성매매 조직 본부라 거명된 한 피자가게에 격분한 공화당원이 난입, 총기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미 대선 직전 3개월간 인터넷상에 공유된 이 같은 가짜 뉴스만 870만 건으로 진짜 뉴스보다 많았다. 최근 세계 각국이 가짜 뉴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거 소문과 루머, 괴담 수준의 거짓말과 사뭇 다르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누군가 교묘히 짜깁기 해 소셜미디어에 퍼뜨리며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물론 정치인, 정부 고위 공직자들까지 속아 넘어가기 일쑤다. 또 공식 브리핑에 인용하기도 하는
차마 그렇기야 하랴 /김창희 후광 가득한 매화꽃 한그루 통째로 뽑아 내 앞뜰에 심은들 내가 다시 피기야 하랴 다시는 오지 않을 내 봄날에 산적같이 억센 사내 앞에서 꼬리 좀 흔든들 무슨 잘못이랴 햇무리 가득 베란다에 들이고 부르스를 춘들 서쪽으로 지던 해가 동쪽으로 다시가랴 술가지 타닥타닥 타는 아궁이에 고구마 감자 한양 푼 넣고 노릇노릇 구워 주억거리며 혼자 배 터지게 다 먹은 등굽은 허리 확 펴져 청춘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으랴 들풀처럼 다시일어나 차마 흔들리기야 하랴 그렇다고 내가 저문 노을처럼 쉬이 지기야 하랴 휘어진 고목 등걸처럼 눕기야 하랴 쉬이 눈 감기야 하랴 차마 그렇기야 하랴 -계간 ‘문학과행동’ / 2016년·가을호 새해가 되었다, 중년이 넘어서고부터 실체도 없는 세월에 스스로 정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더러 억울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했다. 이 시는 세월의 ‘허무(虛無)’를 허무해하는 노래를 하는 듯하지만 ‘미련’이라는 시간을 통해 그냥 죽지 않는 생기있는 ‘나이듦’을 노래하고 있다. 다시 오지 않을 봄날이라도 결코 저문 노을처럼 지지 않는
허술한 몸, 방콕 역에서 아유타야까지 가는 기차, 교통비는 15바트(525원 정도). 주인이 있을 리 만무한 좌석번호가 따로 없는 3등석. 맨발이면 어때, 누군든지 차고 앉으면 그만인 자리. 앉다가 덜컥, 의자가 내려앉자 곧바로 다른 자리로 옮겨 앉으면 되었었다. 활짝 열린 채 닫히지 않는 창문으론 키 큰 나뭇가지 들락거리고, 세게 또는 무지막지하게 들이대는 바람은 그럭저럭 시원했다. 도시는 천천히 시동이 걸리고 창밖은 충분히 푸르렀다. 이국의 하늘은 높고 햇살을 스치며 드문드문 읽히는 글자. 거칠게 밀려드는 마무리 졸음인 듯 고달픈 장삿꾼의 호객소리가 희미하게 흩어졌던 내 추억들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구슬치기를 하는 맨발의 아이들. 마을 입구 감나무 가지 끝에 까치가 울거나말거나 묻어둔 구슬 한 움큼 꺼내들고 씩씩거리며 편짜기가 시작된 까까머리 아이들. 어쨌거나 저 구슬 다 따야 집으로 돌아가려는지 흘리는 땀 따위 아랑곳하지 않았다. 담장 그늘 속, 볼 빨간 여자애들은 연거푸 나풀나풀 단발머리 띄우고 고무줄 놀이한다. 구슬 다 잃은 활이는 기어코 고무줄 다 끊어놓고 돌담 돌아 도망갔으니 옥이가 목젖 보이게 우는 건 당연한 일. 1월, 여행 중에 만난 태국의
마라톤은 42.195㎞를 달려서 결승점에 도달하는 스포츠이므로 오랜 준비와 인내하는 성품 없이는 즐길 수도 없고 완주를 하기도 어렵다. 훈계도 마라톤과 같아서 자녀가 태어나서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장기간 지속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훈계는 엄청난 인내를 기반으로 한다. 온몸의 고통을 인내해야 하는 마라톤처럼, 부모는 자녀의 미성숙한 성품이 나타날 때마다 몰려오는 좌절감을 인내해야 한다. 성품훈계란 ‘자녀가 좋은 성품으로 성장하도록 부모와 교사가 좋은 성품으로 가르치고 수정하고 훈련시키는 것’(이영숙, 2005)이다. 성품훈계의 비결은 ‘가르침의 단계’에 있다. ‘가르침’은 자녀들이 문제 행동을 일으켰을 때 “너의 이런 행동은 잘못된 거야. 앞으로는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고 가르치라는 의미가 아니라, 문제 행동이 일어나기 전에 좋은 성품을 꾸준히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평소에 좋은 성품을 가르치려면 ‘함께 규칙 세우기’가 필요하다. 규칙이란 여러 사람이 모두 지키기로 약속한 법칙으로, 관계가 깨져있거나 갈등하는 상황에서는 함께 규칙을 만들기가 어렵다. 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