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고 깨고 태우며 비로소 완성되는 전시. 경기도자미술관이 멀리서 바라보고 글로만 이해했던 이전과 달리 오감으로 느끼는 기획전 '흙과 우리 사이에 놓인 것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완성된 결과물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관람객의 참여와 행위 속에서 변화를 맞이하고, 이를 통해 완성되는 과정까지를 예술로 정의한다. 전시에서는 국내외 작가 10명이 참여해 설치작품 14점을 소개한다. 입구에 들어서자 보이는 그물 형태의 도자 작품. 이는 네덜란드 작가 세실 켐페링크의 작품들로 고온에 구울수록 단단해지는 도자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그 뒤로는 포레스트 가드의 작품 '빨래'가 등장한다. 마치 코인 세탁방을 옮겨놓은 듯한 전시는 양말 형태의 도자기를 세탁기 문으로 집어던지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빨래방을 지나 뒤로 이동하면 홍근영의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그의 '타오르지 못하고 소멸하지 않는 것들에 관하여'는 손으로 느껴보는 작품이다. 사람의 얼굴, 양 면의 존재, 생명의 신비 등 다양한 조형물들은 11점의 모뉴먼트들로 구성돼 있다. 모뉴먼트는 개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기념물로, 과거와 미래의 얼굴이 공존하는 작품들은 흙이라는 존재를 완전하게 탈바꿈했다.
별가루가 떨어지는 수원의 한 정원. 그곳을 찾은 아이들의 눈 역시 반짝이며, 또 다른 별빛으로 흩어진다. 수원시립미술관이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참여형 교육전시 '그린그린 뮤지엄: 별가루 신비정원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자연과의 눈맞춤'을 주제로 자연의 '초록빛'을 '예술'로 그려낸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다. 전시에 참여한 회화 작가 진영과 팀 아르테코는 설치, 사운드 등 융복합 작업과 드로잉 작품을 선보이며 자연을 감각하고 사유한다. 모두가 잠든 시간, 숲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진영 작가의 '사이 02'(2024)와 'Secret Garden' 등 앵무새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을 오마주한 '사이 02'는 화려하고 오묘한 달빛이 비추는 숲 속 정원에 앵무새들이 삼삼오오 모여 여유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자전거를 타고 있기도 하고, 누워서 잠을 청하기도 하는 앵무새들은 사람들의 모습을 투영했다. 도시 속 유일한 쉼의 공간인 '공원'이라는 상징적인 섬 안에서 서로를 모방하며 반복된 하루를 살아가는 앵무새들은 나로부터 출발해 타인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서로의 모습을 따라하는 앵무새들의 모습 속 결국 사람들(앵
국립농업박물관이 14일부터 6월 14일까지 세계중요농업유산이자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을 주제로 한 테마전시 '금강송 곁에'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숲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 온 농업유산의 가치를 조명하며, 하천에서 숲으로 이어지는 자연 지형을 따라 형성된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을 소개한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온 공생과 순환의 의미를 담은 전시는 책갈피를 완성하는 스탬프 투어도 진행된다. 전시는 1부 '시간의 축적, 붓도랑의 산지 농업', 2부 '금강송과 송이 이야기', 3부 '기르는 숲, 살아가는 사람'으로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하천을 따라 조성된 논과 보·도랑을 활용한 농업 방식을 살펴보며 논과 밭에서 금강송 숲으로 이어지는 산지농업 구조를 확인한다. 2부에서는 송이버섯의 특성을 통해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 온 공생의 의미를 알아보고, 금강송과 송이버섯의 관계를 살펴본다. 숲과 사람, 농업의 관계 속 다양한 동식물을 소개하는 3부에서는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이 가진 순환의 가치를 조명한다. 오경태 관장은 "이번 전시는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의 공생과 순환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며 "관람객이 자연과 함께
고색뉴지엄이 오는 16일부터 30일까지 고색뉴지엄 기획전시실에서 에이블아트센터와 기획 초대전 '사월, 인터-뷰 inter-view: 봄에 마주한 이야기'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에이블아트센터 소속 성인 작가 4명과 청소년 창작반 '새파란' 소속 작가 5명 등 총 9명이 참여한다. 에이블아트센터는 신경다양성 예술가 창작공간으로, 장애인의 문화적 권리 실현과 문화예술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전시는 신경다양성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자리다. '인터-뷰(inter-view)'라는 제목에는 서로를 마주 본다는 의미가 담겼다. 일반적인 언어 중심의 인터뷰 형식과 달리 이번 전시는 작품을 매개로 한 비언어적 소통으로 구성된다. 이는 신경다양성 작가들의 작업이 그들의 생각과 감각,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계와 관계를 맺으며 고유한 감각을 작품 속에 표현한다. 이들의 작업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거나 엉뚱하고 유쾌한 상상력으로 확장되기도 하며, 때로는 놀랄 만큼 섬세한 감각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서 나아가, 우리
국립농업박물관(이하 박물관)이 기준 누적 관람객 200만 명을 돌파하며, 2024년 10월 100만 명 달성 이후 1년 6개월 만에 성과를 또 한 번 달성했다. 이에 박물관은 200만 번째 관람객을 대상으로 기념행사를 8일 진행하고, 오경태 관장이 직접 축하 인사와 기념품을 전하며 함께 기쁨을 만끽했다. 박물관은 2022년 개관 이후 농의 가치 확산을 위해 농업 전시·교육·체험을 제공하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기획전 '탄수화물 연대기'를 통해 농업·농촌의 시의성 있는 주제를 조명하고, 어린이박물관 전시 '초록초록마을을 구해줘!'를 통해 농촌 공동체의 중요성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전달했다. 또 문화제 행상 '쉼((休); 머무리다'로 농업·농촌 문화 확산에도 기여했다. 올해에는 2회의 기획전과 5월 어린이날 행사 '꼬마 농부의 컬러 팜 대모험'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에게 다채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오경태 관장은 "누적 관람객 200만 명 달성은 농가인구에 버금가는 수치로 농업의 가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공감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라며 "앞으로도 수준 높은 전시와 관람 환경을 제공해 국민이 신뢰할 수
서로 다른 맥락 속 우연한 접점과 공명. 평행선에서 출발과 다음 세대로의 영향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예술적 연결을 만날 수 있다. 백남준아트센터가 자그레브 현대미술관과 공동기획전 '불연속의 접전들'을 개최하며 백남준의 예술과 크로아티아 미디어 아트의 교차 지점을 조망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크로아티아 미디어 아트의 역사적 흐름을 따라가며 백남준과의 공유 지점을 세 시기로 나눠 보여준다. 고란 트르블랴크, 다르코 프리츠, 단 오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등 총 16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초기 우연하고 불연속이던 접점들이 점차 지속적인 예술과 네트워크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뉴 텐던시(새 경향)'에 주목한 전시는 예술을 하나의 연구 행위로 규정하고 관객의 능동적 참여를 강조하며, 이를 바탕으로 완성된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송출되는 비디오 영상 두 개. 이 두 영상은 1982년 뉴욕, 1993년 자그레브에서 달리보르 마르티니스와 산야 이베코비치가 백남준을 인터뷰한 순간이다. 영상 속 백남준은 막힘없이 반(反)낭만주의적 태도, 기술과 예술의 관계, 과학과 예술, 실존적 질문,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방식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
안상철미술관이 2026년 봄 기획전 '붓으로 지은 집'을 6월 2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강미선, 김선두, 김숙경, 유근택, 이영빈, 이지영, 최서원 등 7인의 작가가 참여해 '집'의 개념을 각기 다른 시선과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이들은 모두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매체와 표현을 확장하며 한국화의 현대적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전시는 '붓'을 매개로 한 평면 회화를 통해 삶의 터전인 ‘집’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집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기억과 시간, 관계가 축적된 삶의 자리로 인식된다. 작가들은 붓질을 통해 형상을 넘어 감정과 시간을 화면 위에 쌓아 올리며, '짓는다'는 개념을 회화적 행위로 확장한다. 이를 통해 각자의 삶과 감각이 반영된 '집'의 의미를 재구성한다. 김선두는 창밖 풍경을 통해 내부와 외부, 현실과 기억의 경계를 부드럽게 연결한다. 절제된 필선과 여백은 화면에 고요한 긴장과 깊이를 형성하며, 관람자에게 머무르는 경험을 제안한다. 이영빈은 집의 내부와 외부, 생활과 자연을 하나의 화면에 병치해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간 구조를 제시한다. 그의 작업은 물리적 건축을 넘어 기억과 감정이 축적된 '내면의 집'을
그대 내게 날아와 꽃처럼 피소서. 조용히 스며드는 봄은 작은 생명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계절이다. 꽃들은 기지개를 펴고 새들은 지저귀며 활력을 불어넣는 순간. 갤러리 바다는 이를 포착한 최일권의 시선을 전시장 안에 담았다. 최일권은 청각장애 동양화가로, 만 원권 세종대왕 초상을 그린 운보 김기창 화백의 제자이기도 하다. 전통 한국화의 깊은 맥을 이어받아 자신만의 독보적인 화풍을 구축한 그는 화조화를 중심으로 자연과 생명의 흐름을 캔버스 위에 표현하며 생동감 있는 화면을 완성한다. 전시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사계' 시리즈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벽 한 쪽에 위치한 작품들은 가운데 '사계의 정원'을 중심으로 '봄향'·'여름향'·'가을향'·'겨울향'이 배치돼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계절 별로 분리돼 구성된 이번 전시는 작가 특유의 밝고 따뜻한 색감을 배경으로 그 위에 나무와 꽃, 새가 더해져 생명의 온기를 전한다. 특히 '송조'는 초록빛의 바탕에 소나무 아래로 하강하는 참새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부드러운 담채와 섬세한 필선, 여백의 미를 강조한 작품은 고요하면서도 입체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그 옆으로 이어지는 '해바라기조'와
시대를 기록하고 권력을 풍자하며 사람을 이야기해 온 화가. 광장과 거리 곳곳을 누비며 촛불을 든 시민들을 화폭에 담아 시대를 기록하고, 민주화를 위해 붓으로 맞서 싸운 이가 있다. 박재동 화백은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의 변화를 날카롭게 짚어온 자신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전시 '여전히 그리고 있다'를 선보인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시대를 기록한 그림들, 권력을 향한 풍자, 사람을 향한 시선을 한데 모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끝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로 그의 삶을 전한다. 박 화백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사만화가이자 화가로, 사회·정치 현실을 풍자하는 작업으로 주목받아 왔다. 1988년부터 1996년까지 한겨레신문에서 대표 만평을 연재하며 대중적 명성을 얻었으며, 현재는 본지에서 '박재동의 시사만평'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사만화가이자 한 시민의 시선으로 한 시대를 걸어오며 그려온 기록 100점을 공개한다. 시대별 흔적과 고민, 질문이 담긴 작품들은 관람객에게 시대를 마주하는 시간을 제안한다. 박 화백은 틀에 갇힌 규격화된 예술을 벗어나 자유로운 방식으로 민중을 기록하며 새로운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그는 "만평을 그리면서 드라마틱한
홀씨 하나가 안착해 뿌리를 내리자 피어난 하이브리드 회화. 신비로움 속 익숙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고 있는 조영순 작가가 제18회 개인전 '하이브리드 회화의 홀씨'를 선보이고 있다. 조 작가는 현대미술의 혼성성을 동력으로 삼아 추상, 구상, 기호, 도상, 상징, 이미지 중첩, 가상과 현실, 자연과 인간, 노스텔지어 등 조형 요소들에 주목해 왔다. 그는 회화의 전통적 형식에 다양한 매체와 개념을 결합해 경계 없는 표면 가능성을 탐구하며, 평면에 머무르지 않고 오브제, 재료, 공간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확장된 회화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조 작가의 유년 시절 기억에서 출발한 '손'의 모습이 반복해서 등장하며 추상과 구상의 경계 속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여러 이질적인 조형 요소들이 뒤섞이며 기존 장르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미지의 세계를 표현한 작품들은 다양한 현대 사회상을 대변한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회화 작품과 거대한 천 위에 그려진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중 'Good day'는 7080 세대의 낭만 속 향수를 그린 작품으로, 디제이와 음악다방에서 팝송과 포크송을 들으며 기타를 치던 조 작가의 기억이 담겨 있다. 원색적이면서도 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