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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자 지원 확대… ‘사채늪’에 빠진 서민을 구하라

정부, 미소금융 프로그램 확대 추진

 

경기 회복세가 점차 가시화 되면서 서민과 영세자영업자들은 불황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저신용자(7~10등급)의 어려움은 더하다. 서민과 영세상인이 대부분인 저신용자들은 돈이 급하면 어쩔 수 없이 금리가 비싼 대부업체 등을 찾게 되고, 그로 인해 더 큰 고통을 겪게 된다.

 

정부가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이나 영세사업자들이 고금리 사금융을 통해 돈을 빌린 뒤 빚에 허덕이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불법대부 업체의 법정 상한금리 인하와 대출규모 확대 등을 골자로 추진중인 ‘미소(美少)금융 사업’에 대해 알아본다.

정부는 9월 정기국회에서 대부업법을 개정해 대부업체의 불법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등록 대부업체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거나 대출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대출금리를 낮추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 연 100~200%는 예사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사금융피해상담센터’에 접수된 불법사채 상담건수는 4천75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1% 늘었다. 상담유형별로는 불법 채권추심이 679건(16.7%) 고금리 피해가 605건(14.8%)으로 고금리와 불법채권추심 관련이 전체 상담의 32%를 차지했다.

불법사채 관련 상담이 많다는 것은 급전이 필요한 만큼 서민들은 고금리인줄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사채시장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박모(47)씨는 서울에 ‘S기획’과 2천만원의 대출계약을 체결하고 60일 간 매일 40만원의 원리금을 갚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고 수수료 60만원을 제외하고 손에 쥔 것은 1천940만원. 연 이자율이 265%로 법정 연이자율 49%를 훨씬 초과하는 불법 고리 사채였다.

미등록 대부업체를 통해 대출을 받았다면 연 이자율이 3천%가 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 사람잡는 불법 사채

사채로 인해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등 대부업체의 살인적 고금리는 서민들을 궁지로 내몰아 목숨을 끊는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최모(55)씨는 음식점을 운영하며 급전이 필요하자 엄청난 이자를 감수하고 금전을 빌렸으나 늘어가는 이자빚 독촉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최 씨를 죽음으로 내몬 건 단돈 200만원으로 연 120%의 이율로 매일 1만3천원의 이자를 갚는 조건이었다. 최씨는 “갚아도 갚아도 줄지 않는 빚, 살아야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말을 남겼다고 한다.

불법 사채는 ‘패가망신의 지름길’로 불려왔다. 최근들어서는 빚독촉 수법이 악랄해지면서 사람 목숨마져 앗아가는 ‘얼굴 없는 살인범’이란 말도 생겨났다.

지난 4월에는 대학 등록금 때문에 사채를 썼다 갚지 못한 여대생이 사채업자로부터 윤락행위를 강요당하다 이를 안 부친의 손에 희생되고 부친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적 사건도 뒤늦게 알려져 세간에 충격을 줬다.

지난 2007년 서울의 한 사채업자에게 300만원을 빌린 여대생은 1년 새 빚이 1천500만원으로 늘자 사채업자의 협박에 못 이겨 유흥업소 접대부로 일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아버지가 다시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대신 갚는데 실패하자 지난해 11월 딸을 목졸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을 맨 것이다.

◆ 원금 분할 서민들의 빚 부담 돕기로

정부는 우선 고금리로 고통 받는 서민들의 빚 부담을 덜어주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미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는 7천억원의 예산을 확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높은 금리로 대출받은 채무를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환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8월 말까지 1만4천여 명이 대출 전환 혜택을 받았다.

연체자를 대상으로 이자를 감면하고 원금을 최대 8년에 걸쳐 분할 상환토록 지원하는 ‘채무재조정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데 5만5천여 명이 혜택을 받았다.

한국자산관리공사 노윤진 과장은 “경기악화로 어려워진 서민이 늘면서 전화를 통한 상담 건수가 하루 평균 2천여 건에 달하고 인터넷을 통한 상담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서민들이 이 제도를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전국 18개 시구청 민원실에 ‘서민금융 종합상담 창구’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정부는 조만간 강력한 서민금융지원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성실하게 빚을 갚는 채무 불이행자의 경우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일시 실직자(3개월 이상 연체자)가 구직활동 등을 증명하면 이자를 탕감해주고 원금을 연리 2%로 최장 8년에 걸쳐 나눠 갚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서민층 마련 어려운 ‘돈’…서민금융으로 지원

서민과 저소득층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무담보 소액대출을 해주는 기관과 제도를 늘리는 것도 주요 과제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현재 수십 개에 불과한 무담보 소액 신용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 기관을 2백~3백 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이기찬 서기관은 “은행과 서민금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라면서 “정부 재정과 휴면예금, 기부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원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최근 잇따라 저금리의 서민맞춤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고금리인 제2금융권의 대출상품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상당한 금리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상품들은 지난 8월까지 9만명에게 4천7백29억원의 도움을 주었다.

이 밖에도 신용보증재단에서는‘근로자 생계 신용보증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근로자 중에서 3개월 이상 재직 중이고 근로소득이 있으면 최고 500만원까지 저리로 빌릴 수 있다.

중소기업청과 소액서민금융재단은 신용등급이 낮은 자영업자에게 최고 500만원까지 저리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 무점포 자영업자(노점상 등)에게도 심사를 거쳐 최대 300만원까지 대출해 주기로 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마이크로 크레디트기관 활용, 국가가 기금을 통해 서민들의 신용을 보증해주면 더 낮은 금리, 더 넓은 수혜로 경제위기에 따른 서민층의 경제력 악화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 대출금액 최대 1억원, 금리도 시장보다 싼 5% 수준

지역별 미소금융법인은 주로 신용도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 시장금리보다 2~3%p 낮은 금리(현시점 5% 이하)로 주로 창업자금을 지원하게 된다. 대출상품에는 영세사업자 운영자금, 전통시장 상인, 프랜차이즈, 창업자금, 공동대출, 사회적 기업 등 6가지가 있다. 대출한도는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보면, 영세사업자 운영자금은 영세사업자에게 원재료 및 시설 개보수 비용 등 일시적으로 소요되는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대출로, 1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지역 법인이 전통시장 상인회를 지원하고 상인회가 다시 회원인 영세상인에게 운영자금을 빌려주는 전통시장 영세상인 대출도 있다. 대출한도는 500만원으로 3년 내 분할상환하면 된다.

프랜차이즈 창업자금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을 받아 성공 가능성이 큰 소규모 업체의 기술과 브랜드 등을 창업희망자가 활용할 때 지원하는 대출로, 최대 5천만원까지 대출할 수 있는 상품이다. 공동대출은 자활단체에 수요 및 사업성을 평가해 창업 및 운영자금을 1억원 이내로 지원하는 것이며 사회적기업 지원은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따라 인증받은 기업에 1억원 이내에서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사회적기업 지원자금은 교육, 예술·관광·운동, 간병·가사지원 등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의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최대 1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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