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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 육아부담 덜어드려요

‘야간 돌봄 전담유치원’ 문 연다

늦은 시간까지 일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의 육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밤 10시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전담 유치원 서비스가 제공된다. ‘야간 돌봄 전담유치원’은 수요가 많은 공·사립유치원과 연계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곳을 선정·운영하는 것으로 약 3천여명의 유아가 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야간 돌봄 전담유치원은 주부 박영주(35)씨가 지난해 ‘생활공감 국민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유치원, 어린이집에 통합 야간반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제안을 받아 맞벌이 부부가 아이들을 맡기고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시행되는 것이다.



일곱 살과 다섯 살 난 자녀를 둔 직장인 김지수(35·여)씨는 남편과 맞벌이를 한다. 김씨는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어린이집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두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는 생각에 업무를 제시간에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퇴근 후 곧장 유치원에 도착해 자신에게 달려드는 아이를 볼 때면 피로가 풀리지만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 하고 나온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바쁜 동료들을 두고 칼 퇴근을 해야 하는 것도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것이 아니다. 육아와 직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오늘도 김 씨는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만 깊어진다.

구리시에 사는 양숙미(34·여)씨는 남편의 빠듯한 월급으로는 생활이 어렵기만하다. 올해까지 유치원에 다녀야 하는 딸아이를 맡기고 다닐 직장을 찾아 봤으나 대부분 7시까지 근무에 주 2~3일은 야근도 해야 한다. 낮 시간을 이용해 일할 곳을 찾아보지만 기껏 시간당 3천원 내·외의 아르바이트가 고작이다.

그러나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야간 돌봄 전담유치원’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양씨는 ‘야간 돌봄 전담유치원’이 본격 시행되면 그동안 아이 때문에 망설여 왔던 물류센터에서 취직해 일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결혼 6년차인 장현순(35·화성시 동탄면)씨. 올해 아이가 5살이 되는 그는 얼마전 ‘야간 돌봄 전담유치원’이 3월부터 시행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장씨 부부는 그동안 아이 때문에 생각도 못했던 맞벌이를 시작하기로 했다. 부인은 결혼 전 근무했던 생명보험사에 재입사해 차근차근 아파트를 대출금을 갚아 나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 같은 맞벌이 부부들의 육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밤 10시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야간 돌봄 전담유치원이 오는 3월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고자 종일반 종료 후 2~3시간 연장 운영하는 야간 돌봄 전담 유치원 150곳을 2월쯤 지정해 3월부터 시범운영한다.

‘일하는 엄마’ 700만 시대를 맞아 잦은 야근 등 야간업무에 종사하는 맞벌이 부부는 계속 늘고 있는 반면,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믿고 맡길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찾아보기 힘들다.

맞벌이 가정의 자녀 한두 명을 위해 야간반을 운영하는 것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으로서도 부담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 정부가 맞벌이 부부나 한부모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지역별로 거점 유치원을 마련해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통합 야간 어린이집을 운영하기로 했다.

통합 야간 어린이집은 저녁 7시 전까지는 평소 다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이용하고 이후 밤 9시나 10시까지 야간 돌봄 전담유치원에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경기도교육청 유아담당 남궁상 장학관은 “올해 도내에선 돌봄유치원 27곳을 사립유치원 위주로 운영하고, 공립 유치원에선 ‘행복한울타리’ 80곳과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연계한 에듀케어 4곳을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야근하며 전전긍긍하던 경험 떠올랐지요”

‘야간 통합 유치원’ 아이디어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주부 박영주씨가 낸 아이디어가 발단이 됐다.

현재 중학생인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둔 전업주부인 그는 10년 전만 해도 한 통신회사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던 잘 나가는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맞벌이 부부라면 누구나 맞닥뜨리게 되는 아이 양육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회계 업무를 담당하던 그녀는 매월, 매분기별로 돌아오는 결산일자가 다가오면 아이들 걱정부터 앞섰다. 꼼짝 없이 야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주변에 도움을 청할 만한 가까운 친척도 없었던 터라 답답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린이 성폭력 같은 흉흉한 뉴스라도 듣게 되는 날이면 아이들 걱정에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힐 리가 없었다.

저녁 6시가 되면 유치원 선생님들도 퇴근을 해야 했기에 아이를 늦게 데리러 가는 날이면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는 야근하고 유치원에 가보니 건물의 불이 다 꺼져있고, 아이가 선생님과 둘이 사무실 한 편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며 당시를 떠올린다.

결국 아이 때문에 일을 포기하고 말았다는 박 씨는 ‘어린이집을 통합해서 늦게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야간반을 운영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10년의 시간이 흘러 마침 정부에서 운영하는 주부 모니터단에 활동하게 된 그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대통령상’까지 받게 됐다.

그는 “지금은 중학생이 된 딸을 키우면서 내가 온몸으로 느꼈던 것이니 만큼 앞으로 좋은 정책으로 자리 잡아서 훗날 우리 딸이 아이를 키우면서 나 같은 어려움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다음 달부터 야간 돌봄 유치원 150곳을 지정해 시범 운영한 뒤 호응도와 개선점을 살펴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선정된 전담유치원은 다음 달 교과부, 시·도교육청, 지역교육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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