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2 (일)

  • 흐림동두천 25.4℃
  • 흐림강릉 27.3℃
  • 흐림서울 27.2℃
  • 대전 24.8℃
  • 대구 26.7℃
  • 흐림울산 29.3℃
  • 광주 26.3℃
  • 흐림부산 29.7℃
  • 흐림고창 26.9℃
  • 제주 27.1℃
  • 흐림강화 26.4℃
  • 흐림보은 25.3℃
  • 흐림금산 25.2℃
  • 흐림강진군 25.7℃
  • 흐림경주시 27.9℃
  • 흐림거제 29.0℃
기상청 제공

방과 후 학교·EBS 교육 ‘학부모 허리’ 펴줄까

정부 ‘효과검증 제도’ 강화… 교육격차 경감

지난해 지출한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2천원. 소득이 높을수록, 공부를 잘하는 학생 일 수록 사교육비를 더 많이 지출할 정도로 ‘교육 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사교육비 때문에 아이 낳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정부는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 대체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사교육비 실태와 정부의 사교육 절감대책에 대해 알아본다.

◆사교육 부담

수학학원 18만원, 영어학원 38만원, 자기주도학습 캠프비 18만원.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박혜정(40·여)씨는 지난달 아들의 사교육비로 총 74만원을 지출했다.

방학 때 캠프비를 빼도 이번 학기 중에는 한 달 평균 56만원이 드는 건 기본이다.

박씨는 “그래도 주변의 또래 아이들보다 사교육을 적게 시키는 편”이라며 “주요 과목인 수학과 영어까지 안 시키자니 뒤떨어질까봐 불안해서 학원에 보낸다”고 했다.

그는 “남편의 월 평균 수입 300만원으로는 한 아이 사교육비도 감당하기 버거우니 하나만 낳기를 잘했다”고 말한다.

인천에 사는 안영선(35·여)씨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며 딸 아이 하나를 두고 있다.

안씨는 직장생활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점도 부담스럽지만 아이를 하나 더 두면 늘어갈 양육비와 사교육 부담으로 한 아이만이라도 남들 못지않게 키워볼 생각이다.

이처럼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둘째를 가지려다 포기하거나 아이를 아예 낳지 않으려는 경우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초등학생 1인당 월 평균 24만2천원의 사교육비가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처럼 우리나라 국민들이 자녀 사교육에 지출하는 비용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다.

지난해 초중고교 학생이 학원비, 개인 과외비, 학습지, 인터넷 및 통신강의비 등 사교육에 지출한 비용은 1인당 평균 24만2천원. 전국 초중고교 학생 7백42만7천여 명의 사교육비를 합치면 무려 21조6천여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경기도 총예산(21조4천436억원)이나 새만금 개발로 따지자면 2030년까지 20년간 투입될 예산(21조원)을 웃도는 액수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투자에 비례해 자녀의 진로가 결정된다고 믿고 여건이 되면 ‘더 돈을 들여’ 사교육을 시키려 한다.

◆가장 큰 저출산 요인으로 양육비·교육비 부담 꼽아

지난해 말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천명에게 저출산 원인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65.7%가 사교육비, 양육비 등 교육 문제를 꼽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김승권 선임연구위원도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를 지목하고, 그중에서도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지 않고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조사에서도 월 7백만원 이상 고소득층이 월 1백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에 비해 자녀에게 8.4배나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등 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사교육을 통한 부의 세습이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과열된 교육열과 막대한 비용을 공교육에서 흡수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도 사교육비 부담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비를 줄이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사교육비를 줄이는 방과 후 학습과 가정에서 즐기는 EBS 과외

2009년에 우리나라 국민들이 지출한 사교육비는 21조6천여 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생의 57.6%가 참가한 방과 후 학교는 사교육비를 줄이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한 학생이 참여하지 않은 학생에 비해 사교육비를 연간 53만원 적게 지출해 2008년 절감효과 41만원보다 29%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저소득층 학생이나 농·어촌 학생들이 방과 후 학교에 더 많이 참여해 교육 기회의 격차를 줄이는 데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처럼 효과가 검증된 방과후 학교를 올해 더욱 강화한다는 취지다.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이 수강료 부담 없이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난해보다 4만명 늘린 39만명에게 자유수강권을 지원한다.

맞벌이나 저소득층 가정의 초등학생들을 방과 후와 방학 중에 돌봐주고 학습을 도와주는 초등돌봄교실도 지난해보다 2천개 늘려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해외 영어봉사 장학생을 파견하는 농산어촌학교는 이번 새 학기에 6백5개교로 지난해보다 60여 개교가 늘었다.

‘외고 합격 프로젝트 다예아빠의 하루 30분’의 저자 이정규(50)씨는 EBS 인터넷강의 덕분에 두 딸의 사교육비가 거의 들지 않았다.

이 씨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원 대신 EBS 인터넷강의로 보충학습을 시킨 덕분에 큰딸은 대일외고에 들어갔고, 중학교 3학년인 작은딸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체 초중고생의 71%가 활용한 EBS 강의의 사교육비 절감효과는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두드러졌다.

EBS 강의를 들은 중학생은 사교육비를 연간 14만원, 고등학생은 연간 19만5천원 적게 지출했고 학부모들의 47.1%가 EBS 강의가 사교육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EBS는 올해 중·상위권 수험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개편을 단행했다. 학원가에서 소문난 스타 강사들을 추가 영입하고, 우수 교사들을 EBS에 파견해 교재와 강의법을 개발하는가 하면 스마트폰용 수능강의를 개설하는 등 콘텐츠와 기술을 보강해 ‘EBS만으로 대학에 간다’는 목표에 다가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선정한 ‘사교육 없는 학교’ 4백57개교는 3년간 평균 사교육비 지출을 절반으로 줄이고,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교육 만족도를 80%로 높이는 게 목표다. 사교육 없는 학교는 정부에서 3년간 재정 지원을 받아 정규 수업의 질을 높이고, 방과후 학교 시설을 개선하는 등 사교육 수요를 학교 교육으로 충족시켜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이들 학교의 사교육비 절감 성과를 평가해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향후 전국 학교에 확산시킬 계획이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