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야간교습시간을 연장하는 조례개정안이 다음 달 경기도의회 임시회에 상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문형호 교육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고등학생에 한해 현행 밤 10시까지인 학원 교습시간을 11시까지로 한 시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1년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교습시간 제한조치는 학생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였다. 당시에도 학원 운영자들은 강하게 반발했으나 잠 잘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잘못된 교육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조례가 통과됐다. 이제 와서 이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는 이유와 명분이 무엇이든 간에 용납될 수 없고,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교습시간 제한을 풀려는 학원들의 로비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학원 입장에서는 이해관계가 직결된 문제이므로 전방위 로비를 벌일 만한 사안이다. 하지만 공공적 의제를 다루는 교육의원, 도의원들이 이런 로비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건 상식 중의 상식이다. 우리는 문 교육의원을 비롯한 개정안 서명 의원 50여 명이 학원들의 로비에 말려 개정안을 낸 것은 절대 아니리라 믿는다. 경기교육을 걱정하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개정안은 과했다. 우선 교습시간 연장을 학력저하 우려와 연결시킨 건 논리적 비약이다. 야간에 학원에 한 시간 더 앉아 있으면 성적이 향상된다는 실증적 자료는 있을 수 없다. 성적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미봉해 주는 데 불과하다. 인천, 부산, 전남은 밤 11시까지라는 주장도 옹색하다. 이들 지역과 경기를 굳이 비교해야 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교육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이들 지역에도 밤 10까지로 제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5년째 OECD 국가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조사 대상 23개국 가운데 23위다. 1위 스페인과는 무려 45점가량 차이가 나고, 바로 위인 22위 벨기에에도 10점이나 떨어진다. 한국청소년 4명 중 1명은 가출이나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을 불행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 공부 스트레스라는 건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야간교습 시간을 제한한 것은 그런 식으로라도 우리 아이들의 수면권이나마 지켜주자는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일 따름이다.
학원 야간교습 시간제한은 완화할 게 아니라 잘 지켜지는지 철저하게 단속해야 할 일이다. 입시 경쟁교육의 병폐를 걱정하는 교육의원, 도의원이라면 어렵더라도 공교육을 살리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학부모들의 근거 없는 불안감에 편승해 퇴행적인 조치를 정당화해서는 곤란하다. 도의회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