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컴퍼니로 밝혀진 C&I레저산업의 치졸한 행태가 시민들의 분노에 불을 댕겼다. 인천 굴업도를 지키는 연대회의는 엊그제 기자회견을 갖고 C&I레저의 소유주인 CJ 이재현 회장을 질타했다.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으면서도 굴업도 주민의 생존권을 뺏으러들었기 때문이다. 굴업도 연대회의는 “우리사회의 ‘슈퍼갑’인 CJ 이재현 회장은 비겁한 민박집 철거 압박 횡포를 중단하고 섬 주민들의 생존을 보장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우리 역시 CJ가 지금 당장 굴업도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손을 떼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
C&I레저가 2006년부터 추진해 온 ‘굴업도 오션파크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이미 2009년 인천시에 의해 사업허가가 보류됐다. 이 회사가 굴업도 전체면적(1.72㎢)의 98%를 이미 매입했다 하더라도 천혜의 자연과 생태에 치명적인 골프장 건설 등을 계획대로 진행하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전 토지주들과의 교묘한 이면계약을 앞세워 9가구 주민을 끝까지 쫓아내려고 하는 것은 탐욕스러운 개발업자의 횡포라고밖에 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 회장과 그의 자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C&I레저는 불법 비자금으로 설립되고 운영돼온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골프장, 호텔, 마리나(요트정박시설)를 갖춘 해양레저단지를 건설하려면 아름다운 섬을 17m나 깎아낼 수밖에 없다. 굴업도는 지질학과 지리학의 살아 있는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섬이다. 이 섬은 국내 어디서도 보기 힘든 해안 지형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태의 보고이기도 하다. 검은머리물떼새 먹구렁이 황구렁이 왕은점표범나비 이팝나무군락지 등 멸종위기 동식물이 다수 서식한다. 2009년에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신석기 유적에서부터 1920년대 민어 파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적 유산도 간직하고 있다. 이런 섬을 불법과 부도덕으로 얼룩진 탐욕스런 자본이 훼손되도록 방치하는 건 수치다.
설령 굴업도에 골프장과 레저타운이 들어선다 해도 이용객은 재벌급 부유층이 될 수밖에 없다. 이 회장 일가만이 이용할 레저단지를 조성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이 터무니없어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섬들이 이런 식으로 사유화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굴업도만이 아니라 서해 섬들에 대한 종합대책을 세워 소유권보다 더 소중한 환경자원들을 보전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CJ는 굴업도 주민들의 삶과 인천시민들의 바람을 더 이상 짓밟지 말고 당장 굴업도에서 손을 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