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보다 더 어렵다는 유치원 입학 경쟁이 내년에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온 가족이 총동원돼 유명 유치원 앞에서 밤샘 줄서기를 하던 어이없는 광경이 눈에 선하다. 재작년까지 적용되던 이 같은 선착순 입학이 지난해부터는 추첨제로 바뀌면서 이런 모습은 사라졌다. 하지만 역시 온 가족이 나서서 이 유치원, 저 유치원 뛰어다니며 추첨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심지어 60대1이 넘는 경쟁을 보인 유치원까지 나왔다. 이런 소동이 올 겨울에도 또 벌어질 수밖에 없다니 한숨부터 나온다.
인구 통계상 내년 도내 유치원 입학대상인 만 2~4세 어린이는 37만8천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도내 유치원은 공·사립을 통틀어 2천84개이고 아동 정원은 18만2천900명에 불과하다. 얼마나 많은 학부모가 자녀를 유치원에 보낼 것인지는 11월쯤 돼야 파악 가능하다지만, 지난해 못지않은 ‘입학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마다 유치원생 수가 10% 가까이 급증하는 추세인데다 내년에는 누리과정 확대로 유아교육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게 뻔하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유치원 학급당 원생수가 축소된다. 도교육청은 내년부터 2016년까지 모든 사립유치원의 학급당 원생수를 공립 수준으로 줄이도록 했다. 이래저래 입학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입학난이 가중되는 원인은 당연히 유아교육 수요는 크게 늘어나는 데 반해 양질의 교육시설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의 질이 보장되고, 비용도 저렴한 공립유치원의 경우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지만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다. 도교육청은 내년까지 공립유치원 학급수를 440개가량 늘릴 계획이지만 급증하는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사립유치원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현재 수원, 성남 등 대도시에서는 소위 ‘일류’로 소문난 유치원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사립유치원들도 수십명씩 입학대기자 명단이 있다고 한다. 이러니 ‘대책 부재 유아교육’이라는 질타성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교육 예산 등을 감안할 때 급격한 유치원 신·증설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제도적 틀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예컨대 초등학교처럼 학구제를 도입해 지금과 같은 낭비를 막는 방법을 검토할 때가 됐다. 그러나 학구제가 성공하려면 유아교육을 의무교육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지 않으면 안 된다. 유아교육이 전 국민에게 보편교육의 한 단계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유아교육제도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펼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