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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한 손엔 막대잡고 또 한 손엔 가시잡고

 

“오늘은 안정을 취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영양제를 좀 맞도록 합시다.”

벌써 세 시간째 링거 줄에 혈관을 내어주고 나는 말이 없는데 창 밖 빗물은 억척스럽게도 몇 시간째 창문을 훑어 내리고 있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그 빗물 바라보자니,

“내 눈물을 모아 놨으면 우리 동네 저수지 몇 개는 막았을 기다.”

아버지 입원해 계신 입원실 창문으로 흘러내리던 그 빗물 바라보시며 한없이 쏟아내시던 어머니 그 눈물 보는 듯하다.

유난히 병치레를 많이 하셨던 아버지께서 철 따라 응급실, 중환자실을 거쳐 입원하셨던 그 대학병원을 마치 동네 마실 다니듯 하셨던 어머니. 삶을 살아가는 데는 기쁨만 벗할 수 없다는 아버지 철학처럼 병도 벗 삼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셨던 그 아버지 날마다 더 닮아가시던 어머니. 장기 입원 환자들의 인기스타, 여행에도 산소 호흡기를 끼셔야 했던 자주도 아프셨던 아버지 함께 계실 때가 그리도 미련이 남으셨던지 아버지 돌아가시자 6개월도 못돼 혼자된 아픔 견뎌내지 못하고 위암을 얻으셨다.

태어나 처음으로 어머니 응석을 볼 수 있었던 때가 그때였다. 본인이 위암인지도 모르고 위 전 절제수술을 받아야 했던, 긴 시간 아버지 병치레에 온 신경을 쏟았던 육남매의 사랑을 온전히 받을 수 있었던 그 순간. 당신 아프다고 엄살 한 번 부려보지 못한 응어리가 봇물처럼 터졌는지 어린아이처럼 엄살을 심하게도 부리셨다. ‘우리 엄마, 너무 귀엽다.’ 감히 건방진 농담을 던지면서 보냈던 그때가 시간 지나 생각하니 내게는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멀리 떨어져 있어 함께 할 시간이 늘 부족했는데 하루 24시간 함께 붙어 생활할 수 있었던 그 시간은 나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이제 몸을 조금씩 아껴야 할 때입니다.” “그러게요, 시위를 떠나버린 화살이니 가는 세월을 어찌 붙잡을 수 있을까요?”

걱정스럽게 건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메아리처럼 병실 안을 울리고 있다.

그랬었다, 나는 항상 젊고 어머니는 늘 그렇게 계시는 줄 알았다. 시간은 소리도 없이 나를 업고 지금도 달리고 있다는 걸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어린 나이에 결혼한다는 딸이 안쓰러워 이른 새벽 교대로 방에 들러, 잠 깰까 조심조심 머리 쓰다듬다 눈물 훔치시던 부모님 그 나이가 곧 내 모습인걸.

‘한 손엔 막대잡고 또 한 손엔 가시잡고/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탄로가’를 읊조리며 백발 소복한 노모가 틀니 드러내며 속없이 웃으시던 그 모습, 요즘 들어 어머니 그 모습 더 간절히 그리는 날 잦아졌다는 건 이제야 세월,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것이리라.

“엄마, 날씨가 너무 더워요. 오늘은 가까운 병원에 가서 영양제라도 좀 맞으세요.” “안 그래도 요새는 너무 기운이 없네. 그거라도 맞으면 좀 나아질라나?”

몇 푼 정성 보내드리고 내보는 이 얄팍한 생색이 또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다시 날아오는 날 나는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어머니, 늘 죄송해요.’

주름 잡힌 그 손, 잡아 볼 수 있을 며칠 남지 않은 휴가일로 나는 벌써 달리고 있습니다.



▲에세이 문예 등단 ▲한국 에세이 작가연대 회원 ▲평택문협 회원 ▲독서토론논술 문화원 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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