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이 크게 줄고 빚이 늘어나도 어떻게든 아이들 교육 지출은 최대한 줄이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게 한국인의 인지상정이다. 용인시가 내년 예산에서 교육관련 예산을 크게 삭감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전철 관련 부채 7천787억원을 갚는 문제 때문이다.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4월 용인시에 5천153억원 규모의 지방채 발행을 승인해주면서 향후 초긴축 예산을 짜도록 조건을 달았고, 특히 향후 3년간 교육예산을 삭감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안행부와 용인시는 착각을 해도 보통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시가 삭감하려고 하는 교육예산은 주로 학교시설 개선과 사회적 약자 계층의 교육과 관련된 항목이다. 당장 교육환경개선사업비가 73억원에서 24억원으로 3분의 1 줄어든다. 학교 건물과 시설이 낡고 부서져도 고치는 게 3배나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오래된 학교가 많은 처인구의 교육환경부터 나빠질 수밖에 없고 학생들의 안전도 위험해진다. 또한 저소득층 자녀 돌봄교육 예산이 반토막 나고,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 인건비 지원이 끊긴다. 중증장애인 관련 교육예산도 전액 삭감될 위기에 놓였다. 일부 무책임한 어른들이 저질러 놓은 일로 인해 학생들, 특히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한 학생들의 몫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용인시가 이미 저질러진 일을 수습해야 하는 딱한 처지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39%로 전국 최고인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다. 내년부터 2016년까지 해마다 1천억원이 훌쩍 넘는 빚을 갚아야 하는 고충도 이해는 한다. 그렇다 해도 이건 아니다. 어떻게 약자의 것을 잘라 빚 갚는데 쓰나? 설사 안행부가 내건 조건이라 해도 “가용재원이 300억밖에 없어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당대의 잘못을 미래 세대에게는 절대 전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단호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사실 이 비용을 토해 내야 할 인물들은 경전철 사업으로 제 배를 불린 전직 시장과 시 간부들, 무책임하게 하수인 노릇을 한 전문가들이다. 경전철 추진 과정에서 하자가 있었다는 것은 지난달 26일 발표된 도 감사 결과에서도 재확인된 바 있다. 시민단체가 추진하는 1조원대 소송은 용인시 스스로가 책임을 물어야 하는 전·현직들을 상대로 제기했어야 하는 소송이라고 할 수 있다. 용인시는 눈앞의 위기를 벗어나는 데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시민사회의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근본 원인을 성찰하고 고쳐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예산을 삭감하지 않는 일은 그 첫걸음일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