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우(34·미국명 브레드 헬버슨)씨는 국제구호단체 GOL(Gift of Life)에서 활동 중인 사람이다. 그는 1983년 당시 레이건 미 대통령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심장병 수술을 받은 후 가난한 나라의 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한 구호활동을 펴고 있다. 아마 기억나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당시 신문에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부인 낸시 여사가 환하게 웃으며 한국 어린이 2명을 안고 있는 사진을. 이때 감동 받은 한국인들이 많았다. 한 여의사도 감동했고 수술을 받지 못하는 수많은 국내의 심장병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가슴 아파했다. 이때 ‘우리보다 형편이 못한 국가의 어린이를 데려와 보은 하겠다’는 다짐도 했단다.
그는 그때 다짐을 이행했다. 그 자신과의 약속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현재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의 이야기다. 이 회장은 그로부터 10여년 후인 1992년 4월, 베트남 여성 도티늉(24)씨를 한국으로 초청해 무료로 심장병 수술을 시켜줬다. 이후 1996년에 우즈베키스탄 어린이 2명과 네팔 어린이 1명도 초청돼 수술 받았다. 그리고 이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해외 심장병 어린이 초청 수술은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17년 동안 무려 300명의 소중한 목숨을 구했다. 지난 18일 ‘활롯씨 4증후군’이라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던 캄보디아 소녀 스레이 누(11) 양이 300번째 수술을 받아 새로운 생명을 받은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가난 때문에 난치병 수술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수많은 다른 나라의 아동들은 더 딱한 형편에 처해있다. 먹고 살기도 힘든 처지에 수술은 엄두도 내지 못할 뿐 아니라 의료체계와 의료기술, 의료장비도 낙후돼 있어서 애처로운 생명의 불꽃이 서서히 꺼져가는 것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다. 스레이 누 양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 지난 4월 가천대 길병원과 인천시의 현지 의료봉사가 인연이 돼 수술을 하게 된 것이다. 길병원의 국외 환자 초청 수술 300명 달성, 참으로 기뻐할 일이다.
땅이 넓다고 해서, 힘이 세거나 돈이 많다고 해서 존경받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남에게 베풀어야 존경받고 사랑받는다. 베푼다는 일은 인격이 바탕이 돼 있어야 한다. 국격도 마찬가지다. 경제력도 있어야 하고 사회적 자본도 형성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격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다. 국제적 위상이다. 그런 면에서 길병원의 국외 환자 초청 수술은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국격까지 높이는 바람직한 ‘인술(仁術)’이다. 길병원과 함께 아시아권 자매도시 심장병 어린이 치료 협약을 맺고 사업을 확대하는 인천시에게도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