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2 (목)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창룡문]비정한 빚독촉

‘남자한테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라는 산수유 CF로 잘 알려진 김영식 회장이 최근 모 방송에 출연, 빚 독촉으로 겪었던 고통의 나날을 공개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찡하게 했다. 지금은 스타도 됐고 돈도 번 그는 빚 독촉을 받을 때마다 유서를 쓴 건 셀 수도 없고, 9층 사무실에서 창문을 열고 떨어질 생각도 몇 번이나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특히 빚 독촉에 동원되는 갖가지 방법이 얼마나 악랄한지 죽음만이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시달려보지 않으면 그 고통을 모른다고도 했다.

비정한 빚 독촉은 개인의 죽음은 물론 가정까지 파탄에 이르게 하기 일쑤다. 여기서 채무자의 인권은 찾아 볼 수 없다. 방문, 전화, 이메일, 문자메시지를 통한 독촉은 이미 고전이다. 자녀의 입학·졸업식장, 결혼식장을 찾아가 공개적으로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행위도 다반사다. ‘아이들 학교 못 다니게 하겠다’ 또는 ‘아이들 등하교길 조심하라’며 가족을 들먹여 협박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장례식장에 찾아가 무언(無言)의 시위와 위협도 한다.

그런가 하면 교묘함을 동반한 수법을 쓰기도 한다. 봉투에 혐오감을 주는 붉은색 글씨나 진한 검은색 글씨를 이용해 독촉 내용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가 하면, 채무자가 집이나 회사에 없다고 인근에 추심 관련 안내장을 붙여놓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마치 조폭처럼 채무자가 집에 없는 것을 알면서도 근처에서 장시간 서성거리며 가족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채무자의 외모나 지능, 또는 수입을 비하하는 말을 하는 등 야비함도 동원된다.

채무자들을 고통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이 같은 빚 독촉을 앞으로 할 수 없게 된다. 22일 금융감독 당국이 조목조목 채권추심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다. 경기 불황으로 빚더미에 앉는 서민들이 늘어나면서 추심의 고통에 허덕이는 이들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반가운 일이다.

우리나라 채무불이행자는 340만이 넘는다. 기왕 채무자를 보호하는 법규를 만든 만큼 이참에 미국 영국 일본과 같이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도입해도 좋을 듯싶다. 법적 대리인을 선임하거나 법적 절차에 착수한 이후에는 직접 채무자 등에게 채권추심 행위를 할 수 없게 함으로써 그들의 권리가 더욱 보장 받을 수 있어서다. /정준성 논설실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