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4일 발표한 국가 경쟁력 조사 결과에서 한국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지난해보다 6단계 추락한 25위를 기록해 9년 만에 가장 낮은 순위를 나타낸 것이다. 이번 조사 대상 148개국 중 비록 중국보다는 한 단계 위였지만 외환위기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말레이시아보다도 한 단계 밑이다. 말레이시아가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제친 것은 위기는 있지만 외국에 문호를 열어 개방경제 정책을 펼쳐 성장을 거듭한 결과다.
국가경쟁력을 6단계나 추락시킨 것은 한국경제의 고질병으로 지목된 정부와 정치권, 노동시장의 비효율성이었다. 평가 12개 부문 중 거시경제 환경 순위 상승을 제외하고 모든 부문에서 순위가 하락했다. 조사 대상국 148개국 중 100위권에도 들지 못한 항목들도 전체 114개 항목 중 14개였다. 특히 정치인에 대한 공공의 신뢰 112위, 정책결정의 투명성 137위, 노사 간 협력 132위, 시장 지배(독점)의 정도 118위 등으로 조사돼 이를 증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정쟁에 휩싸인 정치권의 민생법안 외면, 정부의 실효성 없는 정책추진, 귀족노조의 정기적 행사처럼 벌이는 파업 등 한국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고질병이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세계 경제인들은 바라보고 평가한 것이다.
금융과 교육은 낙제점에 가까울 정도로 조사돼 심각함을 더하고 있다. 금융시장 성숙도가 지난해 71위에서 오히려 81위까지 큰 폭으로 하락해서 그렇다. 금융시장 개혁이 시급하다는 적신호나 마찬가지의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은행 건전성은 113위, 벤처자본의 이용가능성은 115위, 대출의 용이성 118위로 이 또한 세계 최하위 수준에 처했다. 갑을 관계만을 내세워 이분법적 영업을 일삼아 비난 받는 국내 은행 수준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어서 안타깝기까지 하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초·중·고 취학률 세계 1위를 차지했지만 교육시스템의 질은 64위, 경영대학원의 질은 56위 등으로 순위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나마 우리나라 거시경제 안정성은 지난해보다 1단계 오른 10위를 기록해 최근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발생한 신흥국 외환 위기에서 한국은 비켜가는 모습을 보인 것은 다행이다. 사정이 이처럼 심각하고 기업경쟁력이 바로 국가경쟁력인 시대인데도 정부는 특별한 대책 없이 제대로 된 경제 마스터플랜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실체도 아직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나서는 주체도 보이지 않는다. 추락한 국가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