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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드라마를 보면서 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떠올랐을까. 고희를 바라보는 장모님의 갑작스런 암 수술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칠십대 중반을 넘어가는 부모님 생각 때문이었을까. 삶과 죽음, 청춘과 노년. 그동안 잠깐 서랍 속에 넣었던 화두를 꺼내게 된 건, 최근 대세로 떠오른 tv N의 ‘꽃보다 할배’ 때문이다.

무튼, 헤밍웨이의 그 노인을 따라가 보자. 84일째, 노인은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고 세월만 허탕 친다.

아내 없이, 외로움의 절정, 쓸쓸함의 극치를 경험하는 중이다, 그는.

그를 버티게 하는 힘은 오직 하나 잠들어 꿈꾸는 젊은 날의 아프리카 풍광.

드디어 85일째 되는 날, 노인은 다른 날보다 일찍 바다로 간다. 방백(傍白)처럼 “오늘은 자신 있다”를 읊조리면서.

해가 저물 무렵 묵직함을 넘어 차라리 공포 같은 무게가 느껴졌다. 언빌리버블(unbelievable)! 태어나서 처음 본 크기의 녹새치였다. 오랜 시간 노인과 녹새치의 전쟁은 계속됐고 해는 저물었다. 녹새치는 노인의 힘을 비웃기라도 하듯, 조각배를 이끌고 한없이 바다로 나아간다. ‘포기와 오기 사이’에서 해는 세번 뜨고 진다.

마침내 물 위에 떠오른 녹새치의 심장을 노인의 작살이 뚫었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바람이 극복의 대상이었다면, 노인에게 녹새치는 인고(忍苦)의 결실이다.

녹새치라는 전리품을 매단 노인의 배는 의기양양하게 항구로 나아가고, 아뿔싸 상어가 등장한다. 절망 끝에는 희망이 있다고 누가 그랬는가. 절망은 절망을 낳을 뿐이었다. 적어도 노인에게는.

상어.

바다에 사는 물고기 가운데 유독 부레가 없는 생명. 그런 이유로 잠시라도 멈추면 죽게 되는 운명. 태어나면서부터 쉬지 않고 움직여야만 하는 숙명. 그래서 가장 힘 센 강자가 된 상어에 유린당한 녹새치는 항구에 닿을 무렵 뼈만 남는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은 노인은 아프리카를 꿈꾸며 고단한 몸을 뉘인다.

그 낙관의 힘이 tv N ‘꽃보다 할배’에 닿았나 보다. 삶의 짐을 내려놓고 프랑스와 대만을 오가는 할배 4인방은 여전히 즐겁다. 몸은 늙었지만 영혼은 가벼운 이들의 희희낙락(喜喜樂樂). 그 즐거움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세상의 모든 할배 만세!

/최정용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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