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흥길은 <장마>라는 소설로 주목받은 바 있다. <장마>는 나(동만)의 시각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에 한 가족이 국군(외삼촌)과 빨갱이(삼촌)로 갈리면서 생기게 된 갈등을 해소한 작품이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나’의 집에 국군인 외삼촌의 전사 소식이 전해진다. 이에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게 되고, 외할머니는 삼촌이 숨어 있는 건지산을 향해 “빨갱이는 다 죽으라”고 저주를 퍼붓는다. 이로 인해 사돈 사이인 할머니와 외할머니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그리고 아들의 돌아오기를 바라던 할머니는 용하다는 무당의 말을 믿고 삼촌이 돌아온다고 확신하며 삼촌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러나 무당이 삼촌이 돌아올 거라고 말한 그날이 되었지만 삼촌은 나타나지 않고 구렁이가 나타난다. 구렁이를 목격한 할머니는 졸도하고, 외할머니는 구렁이가 삼촌의 현신이라고 믿으며 할머니를 대신하여 구렁이를 잘 배웅한다. 졸도에서 깨어난 할머니는 외할머니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두 할머니는 자식을 잃은 어머니가 된 자신들의 처지를 서로 위로하며 화해하게 된다. 그리고 지루하던 장마도 끝난다.
소설 <장마>에서 ‘장마’는 전쟁을 상징하는데, 장마의 상처는 장마 이후 살아남은 자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예년에 비해 유난히 길었던 올해 장마는 49일이나 지속되었다. 기나긴 장마로 많은 피해도 있었다. 장마가 끝나자 경찰은 여러 피해 지역을 찾아 피해복구 작업에 임했었다.
이번 비로 가장 피해가 컸던 여주와 이천에서 경찰은 삽을 들었다. 여주와 이천에서는 한 시간에 100mm의 비가 내렸다. 비닐하우스를 뒤덮은 흙을 퍼내고 기울어진 곳도 정비했다. 아슬아슬하게 전깃줄에 걸린 고목나무는 베어내고 쓰러진 전봇대는 일으켜 세웠다. 30도가 넘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경찰은 복구작업을 하느라 구슬땀을 흘렸지만 피해주민들의 상처를 생각하며 일손을 놓지 않았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도록 하라’는 격언처럼 여러 지역에서 장마피해 복구작업을 하는 동안 경찰은 세상에 널리 그 선행을 알리지는 않았다. 재해지역에 대한 지원과 봉사는 매일같이 신문과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고 그 대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시위를 진압하는 장면만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하지만 재해지역을 찾아 국민의 상처를 어루만지고자 했다.
치안현장에서 만나는 것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여유가 있으면 있는 대로 서비스 지원을 해야 하고 범죄가 늘어나면 이에 대한 경찰의 역량도 많이 요구된다. 필자가 정훈교육으로 일선을 순회하면서 비상출동과 집회시위가 없는 날이면 관내 범죄예방 순찰임무를 수행하거나 국가적인 재해에 투여되는 경찰관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제 열대야가 사라지고 해마다 우리를 괴롭히는 태풍이 몰려올 것이다. 경찰청은 기상청 등 관계 기관과 공조해 긴급상황 발생 시 경찰력 동원 요령 등을 담은 재난 대비 교통관리대책을 세워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9월 말까지 기상 특보를 상시 확인하고 기상청으로부터 예비특보를 사전 입수해 급변하는 기상 상황에 선제 대응하기로 했다. 또 태풍 등 집중호우 관련 기상특보가 발령되면 예상 강우량이나 풍속에 따라 단계별로 비상근무를 강화하고 인력과 장비를 취약지역에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물론 태풍피해를 입은 국민들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촛불시위로 경찰과 국민의 갈등이 불거진 요즘, 윤흥길의 소설 <장마>에서 외할머니와 할머니의 갈등이 사그라진 것처럼 청명한 가을이 온 것처럼 국민과 경찰도 서로를 더욱더 이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