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민심이 들끓고 있다. 중앙 정부와 새누리당이 미래부 이전을 두고 과천시민을 거듭 우롱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안전행정부가 지난 12일 해양수산부 및 미래창조과학부 청사를 원칙적으로 세종시로 옮기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가 지역 여론이 악화되자 몇 시간 만에 당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원회가 “확정된 바 없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집권 여당과 정부가 지자체를 무시해도 유분수지, 입주한 지 6개월 된 기관을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이전키로 자기들끼리 결정했다가, 어린아이 달래듯 하니 시민들이 분노하는 게 당연하다.
당 정책위가 일단 말을 뒤집은 듯 보이지만 정부 내에서는 세종시 이전이 확정적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경제부처가 다 이전하는 마당에 현 정부의 가장 핵심 부처인 미래부가 가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다. 과천시민들은 이처럼 당정이 시민들을 상대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행태를 보이는 데 더욱 분개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미래부는 과천의 공동화(空洞化)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정부가 스스로 제시했던 ‘당근’이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핵심 부처 운운하며 마음대로 빼가겠다고 하니 배신감이 곱절로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럴 거면 애초에 미래부를 과천에 임시로 두지 말던가, 이전 계획을 사전에 당당하게 밝혔어야 했다. 불과 6개월 후면 추진할 일을 감추고 있다가 이제 와서 ‘국정의 효율성’ 운운하면서 과천시와 시민들을 압박하는 건 그야말로 과천시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이제는 미래부의 대안으로 어떤 중요 대형 정부 기관을 과천으로 보내겠다고 약속해도 시민들을 설득하기 어렵게 됐다. 미래부 이전 문제는 행정효율이냐, 내년 지방선거 표심잡기냐 하는 식으로 호도할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근본적인 청사진도 없이, 과천 시민들의 의사는 아예 무시하면서 일을 벌여왔기 때문에 불거진 문제다.
미래부는 지금 이전을 걱정할 게 아니라 창조경제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걸 걱정해야 할 때다. 미래부 노조가 지적했듯이 “창조경제 실현에 함께 앞장 설 국내 기업의 9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미래부와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방송통신위원회도 과천에 머무는 현 상황에서 세종시 이전이 과연 무엇을 위한 일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확실히 밝히지 않으면 다가오는 연휴 기간 동안 과천 여론은 극도로 악화될 게 뻔하다. 이후엔 어떤 대안으로도 성난 민심을 달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