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그동안 여러 차례 기획 보도와 본란 사설을 통해 불법 퇴폐업소의 발본색원(拔本塞源)을 주장하고, 이런 업소를 홍보하는 불법 선정적 전단 살포의 심각성을 지적해 왔다. 전국 어디라고 할 것도 없다. 주택가와 심지어 학교 앞에까지 무차별로 살포되는 이런 전단지는 청소년들의 정신을 병들게 하고 건강한 성(性)을 왜곡시키며 사회에 심각한 해악을 끼친다. 특히 인계동 수원시청 뒤 일명 ‘박스지역’에는 불법 음란퇴폐 업소가 많고 불법 전단지도 집중적으로 뿌려지고 있다. 물론 시당국에서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의 제한된 인력만으로는 오토바이 및 차량을 이용해 번개같이 매일 시 전역에 뿌려대는 엄청난 양의 전단을 단속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불법 전단지에 사용되고 있는 전화번호 대부분이 대포폰이나 차명폰이라 검거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시에서 통신업체에 전화정지 요청을 해도 실주거지 파악이 어렵다. 차명폰의 경우 해당 전화번호 가입자 대부분이 불법으로 사용되는지 여부조차 모르고 있어 해지에 최장 3개월 이상의 장시간이 걸린다. 이 사이 업주는 또 다른 전화번호로 전단지를 인쇄한다.
지난 23일 수원시-통신3사(KT, SKT, LG U+) 간에 ‘선정성 불법전단지 원천 차단을 위한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기초지자체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시민들이 불법 전단지 사진을 찍어 수원시에 신고하면 시가 통신사에 통보하고 통신사가 전단지에 찍힌 전화번호를 즉시 이용 정지시킨다는 것이 협약의 내용이다. 이에 따라 불법 전단지의 배포자, 업주, 광고주는 물론 성매매나 유사 성행위를 하는 불법 퇴폐업소까지 퇴치하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전단지 살포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불법전단지 전화번호만 중지되는 것이 아니라 신종 수법인 QR코드를 이용한 성매매 전화번호까지 사용 중지 대상에 포함된다고 한다. 청소년을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결 건강한 사회, 청결한 거리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불법 퇴폐업소 업자들은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낼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책도 미리 강구했으면 한다. 그러나 이번 협약으로 불법퇴폐 전단지는 대폭 줄어들 것이다. 우리는 수원시-통신3사 협약이 도내 다른 지자체, 아니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