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일화 천마축구단을 시민구단 성남FC로 재탄생시키자는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엊그제 K리그 서포터즈연합 대표단이 성남시를 방문해 연고지를 이전하지 말고 시가 시민구단으로 만들어줄 것을 청원했다. 지역의 민주당과 새누리당도 연고 이전을 막기 위해 적극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역축구계 인사들은 지난 8월23일 안산시가 유치의사를 밝히면서 안산으로 이전하나 싶었던 성남일화가 어쩌면 새로운 모습으로 지역에 재정착하게 될지 모른다는 기대 속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이 같은 움직임이 타이밍 상으로 좀 늦었다는 사실이다. 성남 연고 구단이 됐든, 안산 연고 구단이 됐든 기존 구단이 내년 시즌에 참가하려면 늦어도 10월 초에는 확실한 윤곽이 드러나야 한다. 안산시는 이미 모 스포츠 브랜드와 스폰서 협상을 벌여 9월 말까지 확답을 받기로 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결렬될 수도 있겠으나, 이 문제만 타결되면 이전 유치에 적극적인 안산시가 훨씬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게 뻔하다. 성남시가 진정한 시민구단을 원한다면 이제라도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
프로축구단을 시민구단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의욕이나 명분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연간 100억~200억원이 소요되는 운영비를 감당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이를 능숙하게 처리할 스포츠 비즈니스 실력이 필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명실상부한 시민참여형 구단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하여, 시민이 구단 운영을 실질적으로 떠받치는 동시에 끌고 갈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반과 저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 시민구단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므로 전체 시민을 설득할 명분이 필요하다.
성남일화는 K리그를 7차례나 평정한 바 있고, 2010년엔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명문 구단이다. 모기업의 종교성 등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성남의 이미지에 도움을 준 측면이 훨씬 컸다고 본다. 그러나 안산시가 더욱 좋은 조건으로 유치해서 안산의 시민구단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성남시와 시민들이 진심으로 구단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더욱 좋은 조건을 발 빠르게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2004년 안양, 2006년 부천처럼 연고 구단을 빼앗기는 아픔을 피할 수 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연고지 이전 여부가 잘 매듭지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