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 전투경찰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전투경찰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필자에게 기억에 남는 것은 충성이란 담배의 글귀다. 경찰의 상징마크에 총과 칼이 받침된 충성담배는 전투경찰들에게 지급된 품목 중 1호였다. 절제와 균형, 평화를 상징하고, 높은 곳에서 멀리 그리고 넓게 보는 대관소찰(大觀小札)의 심벌에는 평화로운 질서가 담겨있다.
1971년 9월부터 2013년 9월까지 40여 년간 활동해온 전경이 그 임무를 마치고 사라지게 되자, 경찰청에서는 전경의 활동사항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전경 관련 기록 사료를 편찬할 계획이다. 경찰청 경비국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경비과장과 위기관리센터장을 발간위원으로 하는 ‘전경백서 발간위원회’를 구성해, 7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전경백서는 전경계장을 집필 및 편집팀장으로 하고, 경비국 전경계·대테러계·작전계 및 지방청 실무진으로 ‘집필 및 편집 전담팀’을 구성해 전문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것이다. 백서 관련 총괄 기획 및 편집은 전경계에서 전담한다. 각 경찰서 및 전경대의 소관사항은 각 과장 및 전경대장 책임 하에 직접 검토(사진·도표 등 내용구성 포함)하고, 집필기조의 일관성을 확보할 것이다.
필자는 전경백서 발간계획에 반가움을 느낀다. 흔히 ‘전경’하면 폭력시위에 맞서 강압적으로 진압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전경의 임무는 치안 및 대민지원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전투경찰 대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대간첩작전 및 경비임무수행을 위해 경비지역 안에서 국민을 검문·임의동행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으나 검문권을 남용하여 국민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엄격한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사회혼란 및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의 확산으로 대간첩작전보다는 시위진압에 주로 투입되어왔지만 유사시에 군을 보조해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비록 전경은 그 오랜 임무를 마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지만 그들의 노고가 올바르게 평가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전경은 육해공군처럼 의무복무기간 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 이들의 노고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경백서는 테마별로 총 7장으로 구성될 것이며, 1950년에 전투경찰대가 창설될 때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변천 과정과 활동사항을 10년 단위로 기술할 것이다. 치안정세, 경찰·전투경찰 활동사항, 조직운영, 사건·사고 등을 요약하고 활동사항에 대한 사진을 충분히 게재하는 등 최대한 사실감 있게 구성할 것이다. 또 지역별 전투경찰대 활동사항과 장비 변천사 등을 각 장으로 구성하고, 전경 출신 1기부터 마지막 기수까지 10명 정도의 인물을 선정해 회고록 형식의 글과 사진 등을 게재하여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책으로 발간할 것이다.
이 백서는 전투경찰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9월 전에 발간될 것이다. 7월에는 초안 작성 및 검토, 수정 작업이 이뤄지고, 8월에는 집필 및 편집 전담팀이 최종안을 검토하고, 발간위원회가 최종안을 심의 및 확정한다. 9월에는 인쇄안 교정(3차 이상) 및 발간·배부계획을 수립한다. 그리고 9월 안에 경찰청과 부속기관, 지방청과 각 경찰서 등에 발간 및 배부를 할 것이다.
2013년 9월 25일이면 마지막 전경인 작전3211기가 전역할 것이다. 작전3211기는 2011년 12월26일 논산훈련소에 입대해 2013년 9월 25일 전역한다. 얼마 남지 않은 군생활 동안 이들이 유종의 미를 거두기 바라며, 이들과 이들의 선배들이 일궈온 활동들이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란다.
시간들이 시나브로 사정없이 흘러가고 있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성찰하는 순간의 현상들이 찰나에 불과한데 그 찰나의 순간의 정점들을 너무 쉽게 지나치고, 정신과 사유만큼 고민하지 못한 우를 범하는 실수를 한다. 국민들의 사랑과 함께 거친 시선도 받았지만 육지에서, 바다에서, 대간첩작전임무수행 등 전투경찰의 아름다운 기억들이 오래도록 점철될 것이다. 40여 년간 민생치안을 위해 불철주야 고생해온 전투경찰대원들의 역사에서는 저마다 깊은 고통을 감추고 살았고, 삶의 추억과 위장의 가면들로 유예의 노선과 길의 여행에서 사라지지만 충성스런 담배처럼 잔상에 시린 노고에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