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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보약으로 남은 여행

 

지난해 여름의 이야기다. 모험이 뒤따르는 트레킹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또 한 번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바다와 고대 유적이 조화를 이룬 트레킹 코스라는 말. ‘Sunday Times’에서 세계의 가장 걷기 좋은 Best 10에 선정한 길이라는 말이 우리 가족을 그 매력적이고도 끔찍한 코스로 안내했던 것 같다.

섭씨 38도의 날씨 속에서 우리는 리키아인들이 걷던 그 길을 블랙베리 주스 한 통씩에 의지하며 의기에 찬 모습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한두 시간이면 충분할 거라는 착각 속에서. 하늘에 띄워진 패러글라이더, 하얗게 부서지는 지중해의 파도, 간혹 떨어지는 빗방울과 자욱한 물구름에 갇혀 들어가면서 그 지중해로 쏟아지는 햇살에 아낌없는 찬사를 퍼부어대기도 하며.

어느 틈엔가 우리는 깊은 산 속으로 들어섰고 그 길을 오르는 사람은 오직 우리 가족 넷뿐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다시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와버렸기 때문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분분하던 세 시간 만에 터키인 두 사람을 만났다.

그들이 손짓 발짓으로 전해준 내용은 분명 조금만 더 가면 사람 사는 마을이 나온다는 것이었는데. 그들을 보내고도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낯선 나라 터키에서의 산속 외길.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잡지에서 찾은 정보만으로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알고 시작한 트레킹을 우리는 후회하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먹을 것 마실 것도 모두 소비한 빈털터리로 이 더위를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빨강 하얀 두 줄 리키안웨이의 이정표를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때 “우리 집에 가면 뭐 먹을까? 자기가 지금 먹고 싶은 거 얘기해 보자.” 누군가 시작한 말에 “나는 치킨에 맥주, 아니 나는 새콤달콤한 쫄면, 아니지, 그것보단 얼음 뽀얗게 갈아 넣은 달콤한 팥빙수 어때?, 나는 그냥 살얼음 푸짐한 물냉면으로 먹을 거야.” 등등 더위와 허기, 불안을 쫓기 위해 각자 떠들며 걷고 있던 그때 멀리서 들리는 소리.

“음메에에에엥.” “음메에에에에.” 이렇게 반가운 소리를 어디서 또 들을까? 우리는 동시에 ‘야호~’를 외쳤다. 산모롱이를 뛰어 돌아섰을 때 저만치 염소 떼를 몰고 나온 아저씨 한 분이 보였다. 단숨에 달려가 염소가 마시던 그 물을,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그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렇게 한 숨을 돌리고 물병마다 물을 가득 채워 방향을 잡아 다시 걷기 시작. 마침내 아빠의 애창곡 배호의 ‘경부선 고속도로’, 신치림의 ‘배낭 여행자의 노래’를 합창으로 부르며 힘겹게 끝낸 우리가족 7시간 좌충우돌 터키에서의 트레킹 코스.

가족 모두의 공감대가 되고 이야기의 소재가 되어 웃고 떠들며 결속력을 다지게 해 준 이번 여행은 또 한 번 오래도록 보약이 될 것이다. 가끔은 너무 계산된 여행보다 황당한 결과로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는 배낭여행이, 이다음엔 또 어떤 세상이 열릴까 기대하게 하는 그런 여행이 가족 모두의 보약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에세이 문예 등단 ▲한국 에세이 작가연대 회원 ▲평택문협 회원 ▲독서토론논술 문화원 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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