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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호위무사와 거짓말

 

아이는 죄가 없다. 가난하게 태어났든,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든, 미혼모의 자식이든, 학대하는 부모에게서 태어났든, 법의 사각지대에서 태어났든! 죄가 없으므로 보호받아야 한다. 난도질당해서는 안 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이가 자기 존재를 긍정할 수 있게 제대로 키우는 것이 어른들의 의무다.

그 아이가 마치 죄의 증거라는 듯 비인도적으로 혹은 불법적으로 그 아이의 뒤를 캐고 좇으며 아이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면 그건 언론이 아니라 심부름센터의 불법영업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한 언론이라는 거대한 힘을 가지고 불법적으로 하이에나 짓을 했다면 그 언론사와 언론은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한다.

너나 잘 하세요

채동욱 총장이 사표를 내고, 검찰이 술렁거렸다. 그 중에서도 감찰과장이었던 검사 김윤상을 잊을 수 없다.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수는 없었던 못난 장관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에게 내 행적노트를 넘겨주고 자리를 애원할 수 없다”며 “차라리 전설 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긍지로 살겠다”고 옷을 벗은 그 남자다. 그랬더니 채 총장의 뒤나 캐고 다닌 언론이 한 개인의 호위무사가 아니라 국민의 호위무사가 되라고 충고를 한다.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말을 돌려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기자가 어떤 이유로 취재하게 되었고, 어떤 경로로 취재할 수 있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리더를 따라 자발적으로, 검사의 옷을 벗은 후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채동욱이라는 사람이 사람으로서, 리더로서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인지 그 ‘호위무사’라는 전근대적인 표현도 전혀 놀랍지가 않다.

유비의 호위무사는 조자룡이었다. 조조에게 패한 신야성 전투에서 누군가가 조자룡이 조조에게 붙었다고 하자, 자룡은 나의 오랜 친구라고, 그가 배반할 리 없다고, 그가 그쪽으로 간 데는 이유가 있을 테니 아무도 의심하지 말라고 명을 내린 유비와 그런 주군을 섬기는 일을 사명으로 아는 자룡은 모두 선택받은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그런 리더를 가졌는가. 그런 후배를 가졌는가.

그나저나 채동욱 검찰총장과 그 아이는 정말 관계가 없을까. 사생활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 채 총장이 관계가 없다고, 유전자 검사라도 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그 관계에 관심이 생긴 것이다. 만약 관계가 없다면 하이에나 짓을 하고도 오보까지 낸 신문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그리고 관계가 있다면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한 총장은 그 거짓말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 클린턴-르윈스키 스캔들의 핵심은 성 스캔들이라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이었다. 공인의 거짓말은 벌을 받아야 하는 죄다.

거짓말은 저항을 부를 것이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을 준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했던 공약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그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고 있다. 그때 분명 그러면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데, 세원확보, 어떻게 할 거냐는 물음에 증세를 하고 복지를 하는 건 누구나 한다며, 세금은 더 걷지 않고도 노인들에게 매달 20만원씩 줄 수 있다는 환상적인 말을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하지 않았는가.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매달 20만원씩 준대,라고 어머니가 이야기를 했을 때, 나는 중산층인 어머니까지 그 돈을 받으면 이 나라 망한다고 대꾸했었다. 어머니는 남성정치인은 거짓말을 해도 여성정치인은 그럴 리 없다며 박근혜 후보의 말을 믿어 그를 찍었다.

사실 65세 이상 노인 누구에게나 매달 20만원씩 챙겨주는 것은 좋은 정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정책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표를 받았는가. 애초부터 지키기 어려웠던 그 공약이 합리적으로 수정되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처음부터 거짓말이었다면 그 부분에선 분명히 저항을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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