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지방재정 개선방안에 대해 지방정부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경기도는 지방자치를 근원적으로 후퇴시키는 처사라며 결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앙정부 안(案)의 내용을 보나, 그동안의 경과로 보나 지방정부들이 분노하는 게 당연하다. 중앙정부는 대통령 공약으로 잔뜩 생색을 낸 무상보육의 책임을 지방으로 상당 부분 떠넘겼다. 게다가 지방재정을 확충하겠다는 약속도 저버렸다. 취득세율 영구인하와 경기침체로 가중되고 있는 지방정부의 재정위기를 미봉조차 하지 못하는 안을 내놓았다.
무상보육과 취득세율 인하에 따라 지방정부의 등에 얹히는 추가부담은 연간 7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정부의 안대로 영유아보육 국고 보조율을 10%포인트만 인상하고, 지방소비세율을 6%포인트만 단계적으로 인상하게 되면 지방에 보전되는 재원은 연간 5조원에 불과하다. 그렇지 않아도 재정난에 빠져 있고, 내년엔 더욱 심각한 세입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방정부들에 연간 2조원을 더 감당하라는 것은 파산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더구나 일부 지방이양사업을 국고보조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어서 분노를 부채질한다. 분권교부세 대상 사업인 장애인과 정신요양시설, 노인양로시설 운영사업을 국고 보조로 환원하겠다는 것인데, 가장 예산이 많이 드는 노인요양시설은 빠져 있다. 경기도의 경우 3개 사업을 전환해 봤자 고작 연간 74억원 도비 부담이 줄어드는 데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지방정부를 우롱하니, 자치를 근원적으로 후퇴시키는 처사라는 지적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정부들은 이미 여러 차례 무상보육 국고 보조율을 당초 여야가 합의한 대로 20%로 해 줄 것과 취득세율 인하로 인한 세수 보전을 위해 지방소비세 전환비율을 11%포인트로 높여 줄 것을 건의한 바 있다. 무상보육과 지방재정 확충이라는 공약을 지키기만 해 달라는 최소한의 요구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신의 책임을 지방에 떠넘기는 안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지방과 계속 협의하겠다는 입에 발린 소리나 되풀이하고 있다. 비겁하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앞으로 지방재정 보전대책이 보완되지 않을 경우 “지방의 모든 역량과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신뢰를 가장 중시한다는 정부에서 공약이 잇따라 뒤집히니 국민의 실망이 몇 곱절로 커질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가 근원적인 해법을 찾기보다 변명과 호도로 일관하면 문제가 더욱 꼬인다. 지금이라도 정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애초의 약속을 지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