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인의 독서량은 UN 가입 191개국 가운데 161등이다. 18세 이상 성인 가운데 33.2%는 1년 내내 단 한 권(만화책 포함)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해마다 독서량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러고도 세계 10위권 경제, 20위권 경쟁력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10여 년 전부터 독서교육과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이 부쩍 강조되었다. 학교도서관이야말로 교수-학습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요람이라는 주장이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학교도서관이 곧 학교 교육의 심장이라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이에 따라 거의 모든 초·중·고교에 학교도서관이 지어지고, 빈약하기 짝이 없던 장서가 어느 정도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학교도서관에 대한 관심은 딱 거기서 멈춰버린 듯하다.
본보 1일자 보도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 2천256곳 중 학교도서관이 설치된 곳은 2천243곳으로 특수학교를 제외한 99% 이상의 학교에 도서관이 설치돼 운영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도내 학교도서관이 설치된 2천243교 중 25% 이상인 596교에는 사서교사나 사서 등 전담인력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하드웨어만 갖추었을 뿐 이를 제대로 운용할 전문 인력이 없는 학교도서관이 전체의 4분의 1이나 된다는 얘기다. 이들 학교는 자원봉사 학부모나 공익 요원 등이 책 대출-반납이라는 단순 업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도서관 4곳 중 1곳이 학교 교육의 심장은 고사하고, 교수-학습에 전혀 도움을 못 주고 있는 것이다. 현실이 이러니 10년 후 한국인의 독서량이 UN 150위권 안에나 들는지 모르겠다.
사서와 사서교사의 배치는 법적 의무조항이 아니라 학교장의 재량 사항이다. 따라서 학교도서관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학교장이 부임한 학교도서관은 전문 인력을 배치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심한 경우 전임 학교장이 영입한 계약직 사서를 후임 학교장이 계약 해지해 버리기도 한다. 입으로는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지만, 실제로는 독서교육을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독서교육조차 공교육이 사교육에 떠미는 격이다.
학교도서관이 활성화된 국가들의 경우 학교도서관은 마을 공동체의 정보 센터이자 문화 거점 구실을 한다. 지식경제 시대의 학교도서관은 평생학습사회를 이끄는 견인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늦었지만 우리도 사서와 사서교사 배치를 의무화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