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행궁동 주민들이 차 없는 거리를 지속 운영할 것인지 이달 중순 자율 토론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행궁동 주민들이야말로 9월 한 달 동안 모범적으로 앞장 서 ‘생태교통 수원 2013’을 성공시킨 주역들이다. 생태교통에서 앞서가는 수원을 국제적으로 알린 행궁동 주민들이 그 성과를 더욱 발전적으로 이어나가겠다니 이보다 더 값진 수확은 없을 듯하다.
페스티벌 기간에 벌어졌던 수많은 이벤트와 관람 인파보다 중요한 건 ‘생태교통 마인드’의 확산이다. 생태교통 페스티벌이 1회성 행사로 끝난다면 그 의의와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거창한 실험 후 화석연료 교통수단이 다시 행궁동과 수원을 뒤덮는다면 그 많은 예산을 들여 국제 행사를 치른 보람이 없다. 그런 점에서 초기 준비 단계에서 부정적인 입장이 많았던 이곳 주민들이 스스로 차 없는 마을을 꿈꾸게 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성과다.
페스티벌이 끝나기 전에 주말 차 없는 거리를 계속 하겠다는 자율 결의가 나왔으면 금상첨화였겠으나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페스티벌의 유치와 준비 진행과정에서는 불가피하게 수원시가 앞장을 섰으나 이제부터는 주민들이 주도하고 행정은 지원에 그치는 게 맞다. 그렇지 않아도 행궁동은 마을 만들기 부문에서 전국 모범 사례로 꼽히는 지역이다. 이제 생태교통의 측면에서도 훌륭한 모델을 만들어 가면 행궁동은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찾아오는 새로운 공동체 운동의 성공사례가 될 수 있다.
물론 하루아침에 모든 게 이뤄질 수는 없다. 단 한 달의 경험만으로 미래를 낙관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안 될 것처럼 보였던 일들을 스스로 해 내는 과정에서 얻은 자신감이 있다. 여기에 4천300명 주민의 삶에서 온축된 아이디어를 끌어내 접목시킨다면 비록 약간의 시행착오는 있을지라도 ‘행궁동 모델’을 만들어나갈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하겠다. 주민들도 눈앞의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장기적 비전 아래 열린 마음으로 시·시민사회 등과 협력해 나가는 게 좋다.
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행궁동만이 아니라 곳곳으로 퍼지고 스며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원의 도시정책과 교통정책이 획기적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행궁동 모델이 확산될 수 있도록 여러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하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국내외 도시들과 공동 협력을 모색하는 방안은 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리라 본다. 행궁동 주민들과 수원시가 지금보다 한걸음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행보를 보여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