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의 주인공 킹 목사가 1968년 39세로 생을 마감하기 전에 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혼돈인가 공동체인가?>라는 책에서 “빈곤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본소득 보장”이라고 강조했다. 흑인·백인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노동에 관계없이 기본소득을 보장하면 경제적 안정감도 퍼지고 흑백갈등도 변화를 일으킨다는 주장이다.
이듬해 그는 암살됐지만 공화당 리처드 닉슨 행정부는 그의 제안을 기초로 1969년 가구당 연간 1천600달러의 기본소득을 보장하자는 안을 냈고, 하원의 승인도 받았다. 그러나 상원을 통과하지 못해 실시되지 못했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는 통념이 무산의 원인이다.
가구당 하루 1달러로 생활하는 남아프리카 최빈국 나미비아에서는 2008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24개월 동안 ‘기본소득파일럿프로젝트’라는 실험이 추진됐다. 나미비아 오미타라 지역의 60세 미만 주민 930명에게 월 100나미비아달러(한화 1만4천∼1만5천원)를 지급,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주는 실험이었다. 그 결과 빈곤 문제가 개선됐고, 소비와 일자리가 증가하고, 소규모 자영업이 활기를 띠는 등 부분적이긴 하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실험은 2009년에 끝났다.
소득의 분배 차원에서 연구해야하는 부정적인 면도 많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소득이다. 현재 독일, 이탈리아, 영국,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 스위스, 벨기에 등 많은 선진국들이 이 제도를 연구하며 도입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스위스에서 모든 성인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방안을 담은 법안이 의회에 제출돼 국민투표에 부쳐지게 됐다고 한다. 사회단체가 12만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발의 형태로 연방의회에 제출한 이 법안은 정부가 성인인 스위스 국민 모두에게 한달 2천500스위스프랑(한화 약 297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게 주 내용이다. 국민 발의안은 법상 늦어도 2년 안에 국민투표를 하도록 돼있다. 기초연금 논란을 겪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너무 멀게 느껴지며 스위스 국민의 선택이 어떻게 날지 궁금하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