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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시바, 인생을 던져

가을의 심장이 지나가고 있다.

해마다 가을이면 의도와 상관없이 읊조리는 시가 있다. 낸시 우드의 ‘오늘은 죽기 좋은 날’이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면 어김없이 떠오른다. 주책이다. 내용은 이렇다.

‘오늘은 죽기 좋은 날/모든 생명체가 나와 조화를 이루고/모든 소리가 내 안에서 합창을 하고/모든 아름다움이 내 눈 속에서 녹아들고/모든 잡념이 내게서 멀어졌으니/오늘은 죽기 좋은 날/…/웃음이 가득한 나의 집/그리고 내 곁에 둘러앉은 자식들/그렇다. 오늘이 아니면 언제 떠나겠는가.’

가장 아름다운 날, 세상을 접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 같은 범부(凡夫)에게는 더구나,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스콧 니어링처럼 100세나 넘긴다면 스스로 곡기를 끊을까? 쉽지 않을 터다.

여기 암(癌)과 공생 또는 투병에 들어간 사내가 있다. 소설가 윤대녕의 표현처럼 ‘천지간(天地間) 사람 하나 들고 나는데 무슨 자취가 있을까’만 그의 투병 소식이 내 가슴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비단 대학시절 맺은 인연 때문은 아니리라.

다큐멘터리 감독, 이성규가 그다.

‘오래된 인력거’와 ‘시바, 인생을 던져’가 대표작이다. IMF 이후 호흡이 긴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어 마음속에 꿈꾸던 인도로 날아간 그는 그곳에서 병을 얻었다. 사랑이 독이 됐나 보다. 지금 그는 남쪽 어느 산자락에서 홀로 의지 하나로 버티고 있다. 하긴 생(生)이라는 것이 버티는 것의 다른 이름 아니겠는가. 고군분투(孤軍奮鬪).

삶과 죽음을 오르락내리락 하던 그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오늘 저녁부터 두 가지 약을 끊으려 한다. 하나는 경구용 항암제다.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항암제 부작용이 크다. 그걸 견디는 게 너무도 힘들다.…또 다른 하나는 간에 특별히 좋다는 웅담 성분이 들어간 ‘환’이다. 이걸 먹는 것에 대해 갈등이 많았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끊기로 했다.…곰이란 생명을 내가 착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살자고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게, 그것도 불법을 자행하는 게 과연 윤리적인가? 이 점에 대해선 아내에게 미안하다. 이해를 부탁한다.’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감독, 뚜벅뚜벅 살아나와 술 한 잔 합시다.

/최정용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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