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石花). 돌에 핀 꽃이라고 해서 굴을 지칭하는 말이다. 날것을 잘 먹지 않는 서양에서도 예부터 굴만은 생식으로 즐겨왔다. 굴을 먹어라, 그럼 더 오래 사랑하리라(Eat oyster, love longer)’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그 영양도 인정받고 있다. 전설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는 매일아침 50개씩 생굴을 먹고 화려한 여성편력을 쌓은 것으로 유명하다. 중세 유럽에서는 굴이 마약, 심지어 최음제로도 애용됐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보통 9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나는 굴을 제철 음식으로 친다. 그래서 이 기간 가장 많이 굴요리를 즐긴다. 그들이 기준으로 삼는 것은 월을 지칭하는 영문표기에 알파벳 ‘R’이 들어가는 달에 굴을 먹어야 제맛이라는 논리다. ‘R’발음이 왠지 굴과 닮은 것 같아 재미있고 수긍이 간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이 굴의 제철이다. 완전식품이라 불리는 굴은 전 세계적으로 100여종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참굴, 강굴, 벚굴 등 5종 정도가 있다.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기도 하는 굴에는 칼슘뿐 아니라 다른 식품에 비해 아연이 풍부해 남성들의 건강 증진에 좋다. 아연의 역할을 알고 나면 곧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실 정력이 세다는 것은 ‘정자가 왕성히 만들어진다’는 말과도 같다. 아연은 이러한 정자를 만드는데 절대 필요한 요소다. 굴이 바로 이런 아연의 보고(寶庫)니 정자의 숫자와 활동성을 향상시키고 성 능력을 배가시키는 데 좋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최근엔 유럽에서 굴이 ‘대머리와 전립선 예방’에도 한 몫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몸값(?)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제철인 굴이 출하는 됐으나 가격이 낮아 어민들이 울상이다. 전국 굴 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통영에서 지난주 첫 경매가 있었으나 지난해보다 10% 이상 떨어진 가격으로 거래됐다는 것이다. 덩달아 대형마트도 비상이다. 찾는 이가 없어 판매가 줄어서다. 방사능 오염수가 통영에서 키운 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지만 소비자의 심리는 다른가보다. 지난해에 식중독원인균인 노로바이러스와 적조가 어민을 고생시키더니 올해는 일본의 원전 방사능공포가 생선에 이어 굴까지 삼키며 어민을 고통에 몰아넣고 있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