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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기 이범석 장군을 독립운동가로 키운 사람이 계모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철기는 10세 때에 부친 이문하의 재혼으로 김해김씨(金海金氏)를 새어머니로 맞이했다. 당시 반항심이 강했던 철기는 동네 아이들을 이끌고 다니면서 못된 짓을 골라서 했다. 곡식을 넌 멍석을 끌어다 물에 집어던지는가 하면 외양간에 뱀을 풀어 소들을 죽게도 했다. 화가 난 부친이 어느 날 철기를 야단치면서 아들을 향해 도끼를 집어 던졌다. 그 순간 옆에 있던 김해김씨가 철기를 감싸 안았고 도끼는 새엄마의 무릎에 맞고 말았다. 이후 김해김씨는 평생 다리를 저는 신세가 됐다. 김해김씨는 그 다리로 이역만리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철기를 자주 찾아 각별한 사랑을 전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범석은 만년에 집필한 자신의 저서 ‘우둥불’에서 망나니였던 자신을 끝까지 믿고 신뢰한 계모 김해김씨에 대한 사모(思母)의 정을 구구절절이 회고하기도 했다.

‘사라 부시 존스턴’. 에이브러햄 링컨의 계모였지만 ‘악한 것이 계모’라는 편견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이용되는 이름이다. 링컨은 8세 때 밀크병으로 친모인 낸시 행크스 링컨을 잃은 후 사라를 새엄마로 맞이했다. 사라는 링컨을 친자식처럼 아껴 주었고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전설적인 독서욕’을 키워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어려운 가정살림에도 비쌌고 구하기도 힘든 책을 무한정 공급, 스스로 그만둘 때까지 읽게 해준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은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링컨이 훗날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던 중요한 기반 중 하나로 작용했다. 사라가 81세 때 링컨이 암살당했고 아들의 장례식에서 가장 슬퍼한 것은 물론 그였다.

얼마 전 울산에서 새엄마가 소풍가고 싶다는 8세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보도는 행위자 계모 일색이다. 개인이 빚어낸 악행인데도 마치 ‘계모’라는 조건이 아이를 살해하는 이유와 동기라도 되듯 “인면수심은 곧 계모”라는 등식으로 사건을 다뤘다. 아무리 계모가 전통적으로 부정적인 인물로 인식되어 왔다고는 하나 재혼해서 잘 살아보려는, 아이들을 잘 키워보려고 하는 수많은 선량한 ‘새엄마’들의 가슴을 짓이겨 놓는 일인 것 같아 가슴 아프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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