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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색깔 다른 낭만에 대하여

 

굳이 가로등이 있을 필요는 없다. 쏟아지는 별들과 그윽하게 밝은 달의 낯빛만으로도 충분한 조명. 음악이 따로 있을 필요가 있을까. 두런두런 나누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섞여 간혹 고주파로 날리는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만으로도 충분한 안정감. 짧게, 짧게 스치는 풀잎소리가 있다면 더더욱 환상적인 분위기. 그건 내가 기억하는 낭만의 배경이 된다. 모깃불 풀풀 날리는 평상마루에서 칼국수 한 그릇으로 저녁끼니를 해결하고 보금자리마다의 식솔들 우르르 마을 어귀로 쏠려 나오는 순간의 평안함이란, 나에게 추억 속 배부른 자의 색깔 다른 낭만으로 남아 있다. 그 무채색의 낭만이야말로 21세기 스테이크로 배를 채운 도시인의 포만감과는 다른, 자연을 배경으로 한, 때 묻지 않은 청아하고도 벅찬 한여름 밤의 꿈과도 같은 낭만이 되는 것이다.

한바탕 술래잡기로 범벅이 된 땀을 개천 목욕탕에서 더듬더듬 어둠과 버무려 말끔히 씻어 내리고 와글와글 떠들며 돌아오던 그 여름 밤. 읍내소식 몇 자락 풀어놓고 목청을 오르내리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그곳 어디쯤. 시멘트 다리위에 언니, 동생과 나란히 누워보았다. 낮 동안 따끈따끈하게 데워진 시멘트 바닥의 아득한 유혹과 살랑살랑 겉도는 바람사이의 영혼은 이미 몸을 떠나 쏟아지는 별들과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 가장 많은 별들이 함께 했던 그 밤, 등바닥이 다 식을 때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노래를 돌림노래로 부르고 또 불렀다 목청이 터져라. 그 영혼의 바닥까지도 충만했던 어린 날의 낭만을 어떻게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까. 결코 재현해낼 수 없는 희한한 색깔로 남아있는 그 낭만을 말이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야영문화를 보면 그런 추억 속 낭만들이 문득문득 불려나오곤 한다. 주말저녁이면 너도나도 짐을 꾸리고 자연을 찾아 산으로 들로 경쟁하듯 모여들어 왁자지껄 그려내는 그림. 얼마 전 우연히 함께 한 야영장에서 별미로 준비한 각자의 음식으로 배를 채울 시간 즈음. 야영지 한 쪽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끌려 두런두런 모여 앉은 사람들의 공간은 마치 미니 음악회 같았다. 잔잔한 기타소리와 자동차에 연결된 오디오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하나둘 함께 부르기 시작한 발라드풍의 노래. 하늘엔 별이 흐르고 개울물 소리 간간히 들리는 자연 속의 음악회, 그 그림 속에도 분명 또 다른 색깔의 달콤한 낭만이 담겨져 있었다. 결코 쉽게 버릴 수 없는 그런 색깔의 아득한 낭만 말이다.

흐르는 시간과 더불어 낭만 또한 시대에 따라 자라고 또 달라지고 다른 낭만으로 채워짐을 느낀다. 형체도 없이 사람들 속을 기웃거리다 무지개처럼 떴다 사라지는 흔히 낭만이라 지칭되기도 하는 색깔 다른 여러 그것들. 순간순간의 느낌으로만 남아 가슴 속에서 살고 있는 낭만이야말로 사람 각자의 소중한 감성의 재산이 아닐까. 가끔은 분위기에 이끌려 주책처럼 찾아들기도 하지만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그 가지각색의 낭만. 그런 기억 속 낭만 한 자락에 이끌려 오늘도 나는 따끈따끈한 옥상 바닥에 등대고 누워 쏟아지는 별과 더불어 촉촉하게 젖어들고 싶다. 목청껏 노래 부르다 지쳐 잠들 한여름 밤의 꿈속 여행을 떠나듯 말이다.



▲‘시와사상’ 등단 ▲한국에세이작가연대 회원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원 ▲평택문협 회원 ▲독서토론논술 문화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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