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버블
/서안나
나는 졸린 눈으로 천년을 흐른다
나는 고독에 가깝다
나는 물보다 느리고
당신보다 진지하다
단순해진다는 것은
잊는다는 것이다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나와 연대한다
실존은 늘 비열하거나 저열했다
나는 물의 바깥에 핀다
바깥이란 말은 얼마나 자본적인가
시작은 창대하고 끝은 미약하다
부유하는 나는
부글거리는 공기의 오래된 말이다
- 시집 ‘립스틱 발달사’ 천년의 시작 2013년
버블매직이라는 공간은 얼마나 황홀한가. 거품을 갖고 노는 아이의 표정은 얼마나 맑은가. 그 아이와 함께 공기방울을 만드는 행복을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한 번쯤 가져봤을 것이다. 거품이 빠진 아파트, 거품 같이 부유하는 공약들 앞에서 실존은 비열하거나 저열할 뿐이다. 고독한 나는 나와 연대할 수밖에 없다. 자본은 새롭게 높게 빨리 날아라. 단순하게 뒤돌아보지 않고 당신보다 천천히 천년을 흘러갈 것이다. 나는 당신이 만든 버블, 버블이니까.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