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탄생
/윤의섭
면이란 밤새 벽을 쌓는 일이다
감금, 꺼지지 않는 가로등처럼 뜬 눈으로 견디는
밤과 새벽 사이의 생매장
길 잃은 바람이 어제의 그 바람이 같은 자리를 배회하고
고양이 울음은 있는 힘을 다해 어둠을 찢는다
이 터널은 출구가 없다
어떤 기다림은 질병이다
간절한 소식은 끝내 오지 않거나 이미 왔다 가 버리는 것
그러니 너는 얼마나 아름답단 말인가
머리를 남쪽으로 두고서야 겨우 잠이 든다
어떤 묘혈은 땅 속을 흘러다닌다는데
머리맡에 꽃향기가 묻어 있다
첫 매화가 피었다고 한다
- 윤의섭 시집 ‘묵시록’에서
아침이슬을 털며 꽃은 아름답게 핀다.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아도 절로 손쉽게 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꽃이 절로 피었겠는가. 아무런 고통도 없이, 아무런 제약도 없이, 그저 편안하게 피었겠는가. 꽃은 밤새 불면과 함께 온갖 갈등과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다. 온갖 추위와 어둠 속에서 강하게 버텨야만 했었다. 그리하여 찬란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황홀하게 피어난 것이다. 불면의 밤을 뚫고 땅속을 흘러다니다가 그것도 긴 겨울을 뚫고 첫 매화가 피고 있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