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임동준
눈이 허리께까지 오던 날
착한 아버지 파산하고
어머니는 찬장속에 있던 무쇠부억칼을 가져와
이것이 초승달이라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끝끝내 어머니는 그믐달 이라고 말하지 않으셨다
-거미동인 제5집 ‘그래도, 시’(심지동인지선, 2015)에서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가난과 무지 속에서 남편의 폭력에도 저항하지 못하고 순종했던 여인 뻴라게야 닐로브나! 그랬던 그녀가 러시아의 힘없는 민중의 어머니로 다시 태어났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무엇이 우리들의 어머니를 사납게 변화시키는 것일까요. ‘초승달’과 ‘그믐달’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파산’은 아버지의 일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그 고난을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전위적 사유를 한 것입니다. 고리키의 어머니와 시인의 어머니 모두 배운 바는 없지만 자생적인 혁명가들입니다. 자식의 목숨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어머니는 ‘끝끝내’ 굴하지 않는 존재입니다. 초승달처럼 희망을 이야기 하는 사람입니다. /이민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