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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아버지·1

아버지·1

                             /최서연



동짓달 시퍼렇게 눈뜨면 문지방 앞에

귀 틀린 세숫대 물을 놓고

번데기 같은 발을 담그셨다



물이 꿀, 럭, 이는지

발이 꿀, 럭, 이는지 들여다보는데

근질거리는 발뒤꿈치에서

물크러진 껍질을 벗겨내는 것이 있었다



막걸리 찌꺼기 또는, 콩 비지 같기도 한 물컹한 것은

나비가 되고 싶은 맨발의 숱한 날갯짓이었을까



아버지 나이가 된 봄날

날개 가장자리가 몇 군데 파인 네발나비가

냉이꽃 제비꽃을 넘나들며 내 시린 발을 녹이고 있다

- 계간 ‘아라문학’ 겨울호에서

 



 

들일로 만신창이가 된 아버지의 모습은 그대로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육신이 닳고 닳아 허물어져가도 끝내 아무 말 없이 묵묵하게 일만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내야 할 인생의 지난한 미래와 그리고 아름답고 가치 있는 희망도 함께 보며 살았다. 아버지의 꿋꿋한 모습이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고 살아남아 있어 우리는 힘이 들어도 견디며 산다. 아버지의 허물처럼 벗겨지는 각질이야말로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할 우리네 소중한 사랑이며 지순한 가르침이 아닐까. /장종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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