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마당
/권혁희
늦은 밤 자다
깨다, 누워서 보는 유리창이 온통 은하대폭발이다
목련나무가지 위에 버선발로 내려온 별들
벌어진 발목이 대낮처럼 환하다
딸 많은 친정집 수다한 꿈자리 같은 그곳에
이부자리를 옮겨 볼까
언니, 자? 하고 별 옆구리를
쿡 찔러 볼까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연다
아파트 울타리, 대담하게 전지한 플라타너스
실루엣이 성큼 다가선다
제 몸을 댕강댕강 끊어내고도 아프지 않은
점점 더 무성해지는 나무는 좋겠다
노출이 저들에게는 신나는 패션이다
언니, 자? 하고
따뜻한 목덜미에 목침 같은 한 팔을
쓰윽 들이밀고 싶은
봄밤
우리는 때로 시간 너머 시간 속에 들 때가 있다. 마치 환상 속 같은 그 공간은 먼 기억 속 각인된 것들을 불러온다. 자다 깨서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누워서 보는 유리창 밖 목련나무가지 위에 버선발로 내려온 별들로 환하다. 딸 많은 친정집처럼 수다한 저곳으로 이부자리를 옮기고 싶다. 언니, 자? 하고 별 옆구리를 쿡 찔러 보고 싶다. 하지만 우리는 되돌아갈 수 없는 곳이어서 더욱 소중한 그 시간을 제 몸을 댕강댕강 끊어내고도 아프지 않고 무성해지는 플라타너스처럼 묻어버리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아파트 속에서 각자 문을 닫고 사는 우리, 온통 은하 대폭발인 봄밤이다. 노출이 신나는 패션인 나무들처럼 따뜻한 목덜미에 목침 같은 한 팔을 쓰윽 들이밀어 보자. 한번쯤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보자.
/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