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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

                         /서정춘

내 오십 사발의 물사발에

날이 갈수록 균열이 심하다



쩍쩍 줄금이 난 데를 불안한 듯

가느다란 실핏줄이 종횡무진 짜고 있다



아직 물 한 방울 새지 않는다

물사발의 균열이 모질게도 아름답다


- 서정춘 시집‘죽편’ / 동학사

 

 

 

 

만물의 근원인 물.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 그 물이 담긴 물사발이 그것도 오십 사발이다. 때로는 갈증 난 목을 축여주기도 했을 그 그릇들에 쩍쩍 줄금이 나고 있다. 불안의 출렁거림을 받치고 이어대며 한세월 손때가 닳도록 모세혈관과도 같이 종횡무진 섬세하고 아름답게 짜이는 균열이다. 모든 것을 견뎌내는 버팀이다. 아직 물 한 방울 새지 않노라고, 내 몸이 나를 지키고 있노라고, 닳고 닳으며 수없이 생기는 균열 위에는 또 다른 줄금이 튼튼하게 수를 놓고 있다 한다. 오랜 세월 잘 빚어지고 있는 죽편 속 견고하게 포개지는 균열이 들여다보인다. 당신의 물사발은 어떠한가. /김은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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