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백석
바닷가에 왔드니
바다와 같이 당신이 생각만 나는구려
바다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구려
구붓하고 모래톱을 오르면
당신이 앞선 것만 같구려
당신이 되선 것만 같구려
그리고 지중지중 물가를 거닐면
당신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구려
당신이 이야기를 끊은 것만 같구려
바닷가는
개지꽃에 개지 아니 나오고
고기비눌에 하이얀 햇볕만 쇠리쇠리하야
어쩐지 쓸쓸만 하구려 섧기만 하구려
- 백석 시집(고형진 엮음) ‘정본 백석 시집’
그리움이 깊으면 홀로 있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며 바닷가나 산길을 홀로 걸을 때가 있다. 홀로 있어야 그 그리움 속에서 적어도 마음속에서 만이라도 온전히 그를 만날 수 있다. 나이가 많든 적든 그리움은 사람을 애타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없다는 것은 ‘나’의 한 편을 공백으로 만들어 ‘나’를 무너뜨린다. 더욱이 그 사람이 영영 볼 수 없는 사람이라면 애가 끊어지고 만다. 아, 우리는 얼마 전에 세월호 희생자들의 2주기를 보냈다. 유가족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참담하고 서러워진다. 오늘 저녁에는 그리웠던 사람에게 전화라도 한 통 돌려야겠다.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면 조금 울어보아도 괜찮을라나.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