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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 슬픔의 좌표

 

슬픔의 좌표

 

/서안나



슬픔은 뾰족하다

뼈가 다 보인다

끝에 독이 묻어있다



누가 꼽았을까

압정처럼 박힌

흰 꽃

진흙 얼굴이 보인다

물소리가 난다



올 여름

다시 피었다

번쩍이는 발목을 들고



쇠칼로 베어내도

죽지 않는

흰 꽃



- ‘시와 사람‘ / 2015년 가을호

 

우리 일상은 오욕칠정의 카테고리 안에 있다. 오욕칠정이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감정과 궤를 같이 하는 관념어다. 설사 그것이 발현되면 눈에 보이는 물리적 행동으로 나타날지라도 감정 그 자체는 내적 정서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슬픔이 뾰족하다니! 시적화자는 이 시에서 슬픔이란 관념을 시각화, 청각화했다. 슬픔을 현상적으로 자리매김한 시적 표상으로서의 ‘뾰족함’, ‘압정처럼 박힌 흰 꽃’, ‘진흙 얼굴’, ‘물소리’, ‘번쩍이는 발목’ 등이 그것이다. 관념적 언어를 이미지화함으로써 슬픔은 극대화된다. 그 뾰족함이 가슴을 찌른다. 뼈가 드러나도록 아프다. 그 슬픔의 원인과 내용은 중요치 않다. 숨죽여 내재되어 있던 슬픔들이 죽지도 않는 흰꽃을 피워 번쩍이는 발목을 들고 쳐들어오지 않는가? 독을 묻히고서, 이 봄날에!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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