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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울음이 길고 붉다

울음이 길고 붉다

                                       /김유석



는개에 젖어 우는 이가 있더라



마른 곳 다 두고 하필 진 데만



나아가는 것인지 뒷걸음질 치는 것인지



늘였다 줄였다 색연필처럼 몸 붉혀



제 몸보다 무른 흙살 위에서나



기어서 남기는 그 한 획 뿐,



는개가 묻혀 온 허공 땅 밑으로 끌고 내려



쩌르르, 초저녁 뒤안 지렁이는 울더라

-계간 리토피아 여름호에서


 

쩌르르, 한밤 지렁이의 울음소리를 들어 본 사람이 많지는 않다. 지렁이가 어찌 우나, 되묻기 십상일 것이다. 아무래도 흙 속에 묻혀 사는 사람들에게나 주어지는 권리가 아닐까. 하찮은 미물인 지렁이도 울 줄을 안다. 지렁이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기어서 남기는 한 획이라 할지라도 엄연한 지렁이의 생명 활동이다. 뒤집어보면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생활 역시 이 지렁이의 인생과 다를 게 뭐 있을까. 결국에는 무엇이라도 는개에 젖어 쩌르르, 울 뿐이다. /장종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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