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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황보출

동지섣달 폭풍 냇가에
고등얼음에 콩깍지 잿물 받아서 빨래하면
손발이 터져 나갈 듯 했네
물을 팔팔 끓여
요강에 담아 가 손을 적셔가며 빨래를 했네
밤에 손이 터서
피가 나고 따갑고
견디기 힘들게 아플 때
시어머님 하신 말씀
“야야 오줌을 눠서 거기에 손을 담그라”
내 오줌을 눠서 아픈 내 손 담갔네

- 황보출시집 ‘‘가’자 뒷다리’ / 돋보기


 

 

 

 

 

 

 

 

 

 

 

초등학교 문턱도 들지 못했던 팔십 중반의 할머니가 한글공부를 하며 쓴 시이다. 시라기 보다 쓸개를 짜내어 그 즙을 떠 먹여주는 느낌이다. 동서고금을 통 털어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있어왔으나 이만큼 거짓 없이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순진무구의 시가 모든 문학이론이나 미학의 가장 앞자리에 서야 하지 않을까? 시집 구석구석마다 쓰디쓴 쓸개즙이 가득 흐른다. 하지만 그 뒷맛은 오래오래 단 맛으로 변하며 삶이란 무엇인지 시란 무엇인지를 되씹게 한다. /조길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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