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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

                                               /김은정

슬프다.

내가 서는 자리마다 균형이 깨어진다

나 내려서면 다시 0으로 돌아가는 바늘

너를 그리워하는 일도

너를 흔들어 나부끼게 하는 짓이란 걸 알고 있다

내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너는 기울어지고

내가 흘리는 눈길마다 너는 이지러진다.

슬프다, 나는 너를 망가뜨리는 무게

나 내려서면 바늘이야 다시 0으로 돌아가지만

그러나 거기는 본래 제자리는 아니다

한 번 움직인 바늘은 다시 제자리로 가지 못한다

영영.


 

존재란 늘 아프거나 슬프다. 존재의 매듭이란 늘 눈물을 남긴다. 최근에 잦은 죽음을 접한다. 그들이 잠깐 서서 생의 무게를 재었던 곳은 다시 빈자리란 0으로 돌아가 있다. 삶이란 제 존재의 무게를 재가는 과정이지만 우리가 원점이라 말하는 지점이 0이란 곳이다. 저울도 결국 그 어떤 무게도 재지 못한다. 거울은 이별의 상징이 된다. 누군가 제 무게를 잠깐 재었다가 떠나가며 남는 저울이란 슬픔이란 상징이 된다. 저울이 누군가를 재고서 제자리라고 믿는 0으로 돌아가지만 0의 자리란 이별의 자리가 되어있다. 맨 처음 순수했던 0의 자리가 아니라 이미 모두가 드나들고 다시 0으로 돌아가는 답습의 자리라는 것이다. 짧은 시이나 사색으로 이끌어가는 푸른 늪과 같은 시이다. 늘 단아한 모습으로 좋은 시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배려 깊은 아름다운 시인의 시가 잠깐 우리를 멈추어 서서 생에 대한 생가도 하게 한다. /김왕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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