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정윤천
… 엄니요? 근디 어째사끄라우. 해필 엊그저께 희재 요놈의 가시낭구헌티 멧 푼 올려불고 났더니만, 오늘 사 말고 딱딱 글거봐도 육십마넌 빼끼 안되야부요야 메칠만 지돌리먼 한 오십마넌 더 맹글어서 부칠랑께 우선 급헌 대로 땜빵하고 보십시다 잉. 모처럼 큰맘 묵고 기별헌 거이 가튼디, 아싸리 못혀줘서 지도 잠 거시기하요야. 어쩌겄소. 헐헐, 요새 사는 거이 다 그런단 말이요.
떠그럴, 사십마넌 땜에 그날 밤 오래 잠 달아 나버렸다.
-정윤천 시집 ‘구석’ / 실천문학사·2007
고향, 구석진 기억의 저편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의 전화는 누구에게 있을 법하다. 모자간의 사랑이 거리를 초월하며 바짝 맞닿은 사랑을 보여준다. 자연스러운 방언으로 어머니와 통화하는 화자는 기억으로부터 멀어지는 도화지의 나이며, 한 시도 제 자리를 떠나지 않은 구석, 어머니의 끊길 듯 끊어지지 않는 사랑의 닻줄이다. 사랑은 우리들의 긴한 시간의 어깨 위로 아름다운 빛깔로 낮은 치마를 어루만지며 바람의 숨결처럼 오늘도 불고 있는 것 ‘저녁의 시’다./김윤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