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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보약]서두를 열며

 

 

 

글을 세상에 띄운다는 것은 무엇인가? 새삼 아주 오래된, 어쩌면 뻔한 질문을 던진다.

 

문득 경기신문 안 어떤 작은 공간에 나의 글을 자리하게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말이다.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 새로운 어떤 것을 글로 더할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나의 소소한 글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중에 좋은 것들은 가려내고 필요 없는 것들을 덜어내는 어떤 힌트가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생각 많은 머릿속에 생각을 하나 더하면서 있는 중에 담당기자분에게 전화가 온다.

 

우연히 이런 인연으로 만난 그녀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칼럼의 이름을 아침보약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한다. 그리고 덧붙이길 팀에서 이 제목을 한명이 떠올리고 너무 잘 지었다고 기뻐했다고도 한다.

 

아침에 보약한잔을 먹고 시작하면 기운나면 좋을 것 같다고. 하하하. 한의사가 되고도 20년이니 그 시간동안 무수히 듣고 말하고 반복 재생되었던 단어를 제목으로 하자니 그 익숙함이 나의 사고에는 오히려 고려의 범위 밖으로 벗어난다. 한의사가 아닌 분들에게는 밥 한그릇 이런 것과 비슷한 느낌일까.

 

익숙함과 웃음으로 그 단어를 밀어내려는 찰나, 동시에 스쳐가는 것은 우리나라의 말, 한글 속에 면면히 스며들어 있는 한의학적 인간관에 대해 확인이다. ‘그 사람은 비위가 좋지 않다’, ‘가슴에 화가 쌓여서 병이 되었다’는 표현과 같이 또 한번 그것이 보약이란 단어로도 2020년에 일상어로 남아있구나 하는 알아차림이다.

 

보약이란 우리몸과 마음의 기능의 저하되고 조화가 깨어졌을 때 그 저하, 즉 허한 상태를 온전하게 회복하고 조화롭게 하는 약을 지칭한다. 한의학에서는 우리 몸의 기혈이 균형과 조화(正氣)로 체내에 잘 간직되어 있으면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우리 몸의 에너지를 저하시킬수 있는 몸 밖의 어떤 것(邪氣)이 감히 우리 몸을 해칠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 몸은 스스로의 자연치유력이 있고 그 자연치유력의 힘이 충분할 때는 병에 걸리지 않고 걸리더라도 금방 회복한다.

 

그 조화가 어떤 원인에서 깨어질 때 병이 온다. 당연하게도 한의사는 어디가 어떻게 허약해졌고 조화가 깨어졌는지 진단해서 특히 정기가 허약한 부분이 있다면 그 적재적소에 필요한 보약을 선택하여 처방한다. 불균형, 부조화를 바로잡는다는 개념은 인체를 모두 물질로 환원에서 설명하는 분자생물학에 근간한 의학에서는 있을 수가 없다.

 

그 정기, 자연치유력은 2020년에 코로나 19(COVID-19)의 영향으로 한번 씩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우리 몸이 스스로 외부의 바이러스로부터 싸워서 지키는 작용인 면역이 좋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이다.

 

소크라테스 : 수사학은 치료술과 같은 것으로 생각해야 하네
파이드로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소크라테스: 만약 우리가 의술과 식이요법을 적용해서 건강을 지키고 힘을 기르고자 할 때. 또는 우리가 원하는 신념과 가치를 이식시키기 위해 말과 행동의 규칙을 적용하고자 할 때 경험적 방식에 만족하지 않고 이성적인 태도를 취하고자 한다면 두 경우 모두 우리가 결정해야 할 자연적인 본성이 있네. 하나는 몸이라는 본성이고 하나는 영혼이라는 본성이지.
파이드로스: 아마도 선생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 자네는 전체적으로 고려하지 않고도 영혼의 본성을 만족스럽게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파이드로스: 의술의 신인 히포크라테스를 믿는다면 그런 과정 없이는 신체를 이해할 수도 없겠죠
(플라톤의 파이드로스 중)

 

글을 쓰다가 문득 창밖을 보니 일요일 아침 화창한 날씨가 봄과 여름의 경계를 허문다.

 

이 보약같은 날씨처럼 앞으로 사람에게 보가 되는 좋은 것들 몇가지를 한웅큼의 단어들에 달여내어 담아내길 해볼까 한다. 혹 눈밝은 분들은 필요한것들을 헤아려서  한 잔 잘 드시고 조화롭게 정기충만하시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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