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이 국제라이온스협회의 올해 ‘라이온스 인도주의상’을 받았다. 이 상은 뛰어난 인도주의 활동을 펼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가장 영예로운 상이다. 상금도 25만 달러(한화 약 3억 원)나 된다. 이 총장은 테레사 수녀(1986),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1996),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총재(2008)와 데니스 무퀘게 콩고민주공화국 판지 병원장(2018) 등이 받은 이 상을 수상할 자격이 충분하다. 더욱 감동을 주는 것은 상금 전액을 세계 각국의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와 국내 외국인 근로자 가정의 이른둥이 치료에 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가천대 길병원 설립자다. 1958년 인천에서 산부인과를 개원한 이래 보증금 없는 병원, 자궁암 무료검진, 무의촌 의료봉사, 의료 취약지 병원 운영, 해외 심장병 환자 초청 무료수술 등 의료를 통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해왔다(본보 6월 30일자 6면). 지난 2013년 8월2일자 본란 ‘국격 높이는 길병원의 선행’ 제하 사설에서도 이 총장의 국경없는 선행을 칭송한바 있지만 평생 소외된 환자를 돌보고, 나눔과 봉사에 헌신해왔다.

이 총장은 1983년 당시 레이건 미 대통령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심장병 수술을 받은 한국 어린이에 대한 기사를 읽고 ‘우리보다 형편이 못한 국가의 어린이를 데려와 보은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 다짐은 실제로 이행됐다. 이 회장은 1991년 베트남 여성 도티늉씨를 한국으로 초청해 무료로 심장병 수술을 시켜줬다. 1996년엔 우즈베키스탄 어린이 2명과 네팔 어린이 1명도 초청돼 수술 받았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해외 심장병 어린이 초청 수술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왔다. 지금까지 17개국 500여 명 아이들에게 수술을 해 줬다.

이 총장은 수상소감에서 “고교시절 6·25전쟁으로 당시 함께 공부하던 남학생들이 전쟁터에 나가 대부분 돌아오지 못했다”면서 “늘 그들의 몫까지 다해야 하고 조국에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보험이 없던 1960∼70년에 보증금 없이 환자를 진료하기도 했다. 당시 병원은 관행적으로 보증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총장은 보증금이 없어 곤란을 겪는 가난한 환자들을 돕기 위해 ‘보증금 없는 병원’이라고 써 붙여 놓고 1977년 의료보험이 도입될 때까지 입원·수술 때 보증금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봉사는 더 큰 봉사를 낳는 법”이라고 말한 이길여 총장, 앞으로도 가난한 이들이 기댈 든든한 언덕이 되어 주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