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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산책] 트로트와 4차산업혁명

 

코로나 이후 플랫폼은 넷플릭스가, 콘텐츠는 트로트가 대세다. 트로트는 일제강점기 식민지 설움부터 한국전쟁의 고난, 산업개발 시대의 애환을 달래주며 현대사의 발전을 국민과 같이한 노래다. 처음 등장한 1930년대는 근대 도시의 세련된 노래였으나 지금은 구시대와 나이든 세대의 정서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트로트란 말도 60년대 말에 사용되었지 그 이전엔 그냥 유행가였다.

 

트로트 열풍의 촉매제가 된 ‘미스터트롯’의 결승무대는 33.8%의 시청률, 56.5%의 점유율을 보였다. TV를 튼 사람 중 56.5%가 지상파,종편을 비롯한 200여 개의 채널 중 미스터트롯을 시청한 것이다. 사랑의콜센터, 트롯신이 떴다, 트로트퀸, 트로트의민족 등 지상파나 종편을 가릴 것 없이 트로트 프로그램이 차고도 넘친다.

 

사랑의콜센터를 보면 복면가왕, 불후의명곡과는 참 다른 분위기다. 방청객은 없지만 노래방과 지역 행사장의 후꾼한 열기를 TV로 담아낸 것이 주춤한 야외활동 대신 TV에서 행사를 보는 느낌이다. 불후의명곡에선 감동하고, 사랑의콜센터에선 흥을 나눈다고 할까? 코로나로 지역행사가 없어지면서 TV로 트로트가수 활동이 유입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결과적으로 대중적 열기를 키웠다.

 

트로트의 중흥에는 몇가지 원인이 보인다. 압축하면 시대가 요구하는 트렌드와의 결합, 예능 포맷과의 신선한 결합, 타 음악장르와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4차산업혁명으로 발현되고 성장한다. 4차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지능과 정보의 결합이다. AI, 빅데이타, loT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차세대 산업혁명이다. loT만 해도 가전과 정보통신의 결합이고 자율주행자동차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빅데이타의 결합이다. 한 분야의 전문적 능력이 다른 분야의 전문적 능력과 결합하여 초지능화 되는 것이다.

 

젊은 출연자들이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인식되어온 트로트로 경연을 벌인다는 사실 자체가 세대통합적 시너지를 만들었고 이들이 해석하는 트로트의 발랄함과 트로트 노래 자체에 스며있는 인생의 깊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응답하라 1988에서 혁오밴드가 부른 이문세의 ‘소녀’를 듣는 느낌이다. 임영웅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는 유튜브에서 2100만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포크송의 트로트적 해석이 ‘뉴트로’의 시대적 요구를 정확히 반영하였다.

 

오디션이라는 검증된 포맷과 임영웅, 김호중, 정동원 등 드라마틱한 스타덤 스토리가 결합되어 보는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트로트라는 다소 진부한 이미지를 고급스럽고 역동적인 무대로 신선하게 만들었고 출연자들이 팀미션을 통해 보여준 우정과 배려는 시청자를 흐뭇하게 만들었다. 트로트가 발라드, 삼바, 댄스 등 타장르와의 결합을 통하여 음악적 풍성함을 만들어냈다. 아이돌퍼포먼스 못지않은 화려한 볼거리와 함께 전통적 트로트를 재해석해 밀레니얼과 Z세대를 트로트의 세계로 이끌어냈다.

 

태권도, 에어로빅, 비트박스, 삼바 등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결합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결합되자 트로트의 세계는 외연의 확대가 일어났다. 각기 존재할 때의 제한적 가치가 결합 후 가치의 무한증식이 일어난 것이다. 2020년 전통적 트로트가 약진한 원인은 4차산업혁명의 키워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과거와 현재의 대화는 미래를 이끌어낸다는 걸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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