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극단 연희광대(대표 박홍진)가 온라인 낭독극 ‘장끼전, 아니 까투리전’을 통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한다.
지난 7일 오후 수원 팔달구 미리내 은하수홀에서는 배우 곽정환과 안현석, 한나, 유현주, 최근혁이 각 역할을 맡아 ‘장끼전, 아니 까투리전’을 낭독했다.
‘장끼전’은 꿩을 의인화한 우화소설로 남존여비와 여성의 개가 금지라는 남성 중심의 유교 윤리를 풍자한 판소리계 소설이다.
그러나 연희광대가 준비한 이번 공연은 장끼보다 역할 비중이 큰 까투리에 집중해 ‘장끼전, 아니 까투리전’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단원 최근혁의 해설로 시작한 ‘장끼전’은 눈길에 떨어진 콩 한알을 먹겠다고 큰소리치는 장끼와 인간이 놓은 덫일지도 모르니 먹지 말라고 극구 말리는 아내 까투리의 대화 내용이었다.
장끼 역의 곽정환과 까투리 역의 한나는 단호하고 때론 애절한 표정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열연을 펼쳤고, 유현주와 안현석도 각각 장단과 고수를 비롯한 다양한 역으로 분해 극의 재미를 더했다.
온라인 낭독극인 만큼 관객들이 공연장을 직접 찾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카메라에 담긴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이 담긴 연기는 오는 16일 공개될 영상에 기대를 더했다.
특히 배우들은 관객을 상대로 공연하다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며, 이번 공연을 통해 고전극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장끼 역의 곽정환은 “극장에서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다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다 보니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고, 까투리 역의 한나는 “고전극은 흔히 쓰는 말이 아니어서 대사 표현이 어려웠지만 일반극과 다른 재미가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혁은 해설의 중요성에 대해 “작품에 임하면서 ‘어떻게 하면 해설을 통해 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이야기했다.
1인 다역을 맡은 안현석은 “고전을 낭독극으로 공연하니 새로웠고, 앞으로도 고전을 많이 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덧붙여 유현주가 “극 중 장끼나 까투리 말고도 흥을 돋아주고 재미있는 역을 소화해야 돼서 즐겁게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한편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이 후원한 ‘장끼전, 아니 까투리전’은 수원문화재단의 2020년도 지역문화자원 기획지원사업 ‘도도링크(島島Link)’ 공모에 선정됐다.
‘도도링크’는 수원문화재단이 코로나19 유행 장기화 및 사회적 거리두기의 지속화에 따라 침체된 지역 예술계와 시민이 ‘예술적’으로 연결되는 프로젝트를 통해 긴장 완화를 돕기 위해 기획한 사업이다.
2차 공모에 선정된 극단 연희광대는 ‘도도링크’를 통해 처음으로 온라인 낭독극을 선보이며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문화예술 공간 및 개념 확장이라는 프로젝트의 목적을 이뤄냈다.
박홍진 대표는 “수원지역에서 활동하는 극단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은 한정돼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수원문화재단의 ‘도도링크’ 사업 소식을 들었을 때 반가웠다”며 “비대면 프로그램에 맞게 오래전부터 기획해온 ‘장끼전’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전에 선보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극단과 연극이 맞이할 변화에 대해 묻자 박 대표는 “연극은 관객들이 현장에서 보고 소통해야 한다. 좌석 앞뒤로 가림막을 설치하거나 극장 방역을 지원해주는 등 안전한 극장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끼전, 아니 까투리전’ 온라인 상연은 오는 16일 오후 5시부터 극단 연희광대 유튜브 채널 또는 공연포털사이트 오티알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