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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상전벽해 桑田碧海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는 말이다. 뽕나무는 논밭도 아니고 산도 아닌 애매한 산기슭에서도 잘 큰다. 집에서 가까우면 농약이나 담배 냄새가 배어서 누에가 먹지 않을 것이고, 아주 멀면 아낙과 딸들이 뽕잎을 따러 가고 오는데 힘들것이니 상전의 거리 또한 적정해야 했다. 그 뽕밭이 바다가 되려면 아주 큰 비가 오거나 땅속이 요동을 쳐서 내려앉아야 가능한 일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알이 깨진다. 바위는 끄떡없이 그 자리를 지킨다. 되지 않을 일에 무모하게 도전함을 말한다. 하지만 수 백년 한자리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 한옥에 부연을 달고 기와를 올리면 당년에 추녀끝에 빗방울 자리가 생겨난다. 모두가 눈을 들어 지붕의 석가래를 셀 때에 나 홀로 고개숙여 빗물자리를 발로 밟아가며 정확하게 세었다. 이 규수는 왕비가 되었단다. 창의적 발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다음 아름다운 꽃을 쓰라는 시험지의 답안에 벼꽃과 목화꽃이라 적은 것은 금상첨화(錦上添花)였다. 벼꽃은 곡식이고 목화는 옷이다.

 

연목구어(緣木求魚)란 나무에서 고기를 찾는다는 것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거나 되지 않을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냈다. 인터넷, 전화, 삐삐도 없이 봉화불로 소식을 전하던 시절에 전국에서 만세운동을 벌였다. 소련제 탱크에 대적하기 위해 솜방망이를 석유에 담가 불을 붙였다. IMF가 닥치자 금모으기로 극복하였고, 코로나19는 드라이브쓰루, 약국 앞 줄서기로 이겨내고 있다.

 

공무원으로서 힘들지 않은 해가 없었다. 구제역 현장에서 맨손으로 가축을 매몰하였고 고드름이 매달리는 분무기로 방역을 했다. 코로나19는 의료진, 보건직 공무원은 물론 다른 부서 직원들, 온 국민도 방역에 동참하고 있다. 얇은 마스크 한 장을 방패 삼아 바이러스 창궐 현장에 달려갔다. 퇴임식에서 ‘대과없이 공직을 마쳤다’고 하지 말자. 연말에 공직 35년을 온전히 마친 것은 상전벽해(桑田碧海)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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