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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심성 퍼주기’ 경쟁 벌인 한심한 예산 국회

제2 쪽지예산, 작년보다 40% 늘어…‘구태’ 여전

  • 등록 2020.12.03 06:00:00
  • 13면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가 깎기는커녕 오히려 늘려서 통과시키는 야릇한 일이 벌어졌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고 정부안보다 2조 2천억 원이 순증한 총 558조 원 규모의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합의안대로 국채 2조 2천억 원을 발행한다면 내년 적자 국채 규모는 역대 최대인 90조 원을 돌파하고 총 국가 부채는 954조 원에 이른다. 국회가 정부안보다 증액해 예산안을 만든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지난 2010년 이후 11년 만이다.

 

문제는 여야 정치권이 정부 예산안을 철저히 심사하고 조정하는 국회 본연의 기능을 저버리고 ‘현금 살포’를 위해 적자 국채를 늘렸다는 사실이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을 겨냥해 여야가 합심해서 나랏돈을 함부로 나누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예산 심의는 국회가 가진 대단히 중요한 기능에 속한다. 국민의 혈세를 허투루 쓰지 않도록 세밀하게 따져서 불요불급한 항목을 찾아내어 잘 잘라내라고 달아준 배지들 아닌가.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 처리 시한 내에 처리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여야 정치꾼들이 앞장서서 나랏돈 퍼주기 경쟁을 벌인 일은 재평가돼야 할 것이다. 특히 경제성이 부실한 지역구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로 대거 포함한 것은 구태를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입증하는 수치스러운 대목이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21대 국회에 발의된 예타 무력화 법안은 벌써 총 2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가 13건,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가 12건이었다. 여야 할 것 없이 ‘토건 자유이용권’으로 불리는 예타 면제권을 주는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한 셈이다.

 

예타는 정부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평가하는 제도로서 지난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됐다. 말하자면 토목공사에 국고를 낭비하지 않도록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그런데 어느새 정치권이 예타를 면제하는 권한을 특권인 양 거머쥐고 주거니 받거니 나눠 먹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60조 3천억 원), 박근혜 정부(23조 6천억 원)보다 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사업(88조 1천억 원)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제 2쪽지예산’이라고 불리는 국회 부대의견을 새해 예산안에다가 총 561건(작년보다 40% 증가)이나 달았다는 점은 ‘염치없는’ 구태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부대 의견’이란 지역구 사업과 관련해 예산안에다가 각종 요구사항을 쪽지를 달아서 행정부를 압박하는 예산을 말한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시대를 맞아서 국가 재정의 투입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현실을 부인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비상시국을 틈타서 나랏돈을 공돈으로 여기고 서로 많이 가져가기 위한 사심에 취해 무한경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배덕행위다. 나라 곳간 사정이야 어찌되든, 우리의 후대들이 빚더미에 치이게 되든 말든 우선 빼먹기 좋은 곶감처럼 나랏빚 당겨쓰는 일을 이렇게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지도자 보기가 도대체 갈수록 왜 이렇게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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