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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 제작지원 심사 0점 준 영진위, MB정부 직접 개입 정황

2009년 6억 원 상당 제작지원 사업 심사에서 2차례 0점 처리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청와대·국정원 개입해 이창동 감독 탄압 증거”

 

2010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이 영화는 일상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한 여인의 삶을 통해 담담히 그렸다는 평을 들으며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제63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해 외신에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이창동 감독의 모국인 한국에서의 성적은 초라했다. 관객은 21만 명뿐이었고, 2009년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마스터영화 제작지원 사업에 두 차례에 걸쳐 응모했으나 탈락했다.

 

특히 한 심사위원에게는 ‘0점’을 맞는 수모를 겪은 일마저 알려지면서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이 영화계 인사들과 네티즌들에 뭇매를 맡기도 했다.

 

<시>는 2009년 7월 영진위의 6억 원 상당 마스터영화 제작지원 사업 첫 공모에서 평점 평균 70점을 넘겨야 하는 항목을 충족시키지 못해 과락으로 떨어졌다. 한 심사위원이 ‘<시> 시나리오가 각본 형식이 아니라 소설 같은 형식’이라는 이유를 들어 0점을 준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심사위원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시>는 같은 해 말 2차에 재차 지원했지만 또다시 떨어졌다. 당시 영진위 정초신 부위원장을 비롯한 심사위원 7명은 “영진위가 실시하는 다른 시나리오 공모사업에 비해 지원작들의 시나리오 개발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들이 많았다”라고 이유를 댔다.

 

 

 

당연히 뒷말이 무성했다. 영진위가 참여정부의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이창동 감독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2010년 상반기엔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 과정에서 조희문 위원장이 심사위원들에게 특정 작품을 선정하라고 외압을 가했다가 심사위원들의 반발로 사과한 일도 있다.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10여 년이 지난 최근 나온 점은 씁쓸하다. 3일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에 따르면, 지난 1월 국가정보원(국정원)이 공개한 문화‧정치계 인사 불법사찰 문건 중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관련 부분에는 ‘좌파 성향 감독들의 이념 편향적 영화 제작 실태(영화사‧감독‧투자유형 등) 종합’을 기획관리비서관에 보고했다는 기록이 있다. 날짜도 2009년 9월 17일 작성, 당시 영진위 마스터영화 제작지원 사업 시기와 겹친다.

 

8월 8일 작성한 보고서 업데이트 내용이라는 첨언도 있다. 7월 첫 번 째 심사 직후다.

 

당시 <시> 제작을 맡았고, 국정원의 불법사찰 대상이기도 했던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불법사찰 문건을 보면 한 번도 아닌 여러 번 감독을 성향별로 구별 짓고 보고한 정황이 나온다”며 “심사 당시 0점을 준 일 등은 영진위 독단적 행태가 아닌 국정원과 청와대까지 연결된 공작이 아니었나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과 관련해 3일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국정원 불법사찰 정보공개 진상규명을 위한 긴급 토론회’가 국정원감시네트워크‧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노웅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강민정 국회의원(열린민주당) 주최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국정원의 불법사찰 진상규명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한편 MB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박형준 현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다.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연루 의혹에 대해 “그 당시 특별한 불법사찰 지시에 관여했거나 사실을 알고 있거나 한 적이 전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거듭 부인하고 있다.

 

[ 경기신문 = 노해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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